'평창올림픽' 발표한 자크 로게 전 IOC 위원장 별세

입력
2021.08.30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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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로게 전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장이 향년 79세로 세상을 떠났다.

IOC는 30일(한국시간) 사인을 밝히지 않은 채 로게 전 위원장의 별세 소식을 전했다.

로게 전 위원장은 2001년부터 2013년까지 IOC를 이끌면서 도핑, 뇌물 근절 등 '클린 스포츠'에 앞장선 인물이다. 벨기에 요트 국가대표로 1968년, 1972년, 1976년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한 첫 선수 출신 IOC 수장이기도 하다. 1942년 벨기에 겐트에서 태어난 로게 전 위원장은 고향에 있는 종합병원에서 정형외과장을 지내며 벨기에의 한 대학에서 스포츠의학과 교수로 교편을 잡기도 했다.

선수 생활을 마친 뒤 1991년 IOC의 의무분과위원회 위원으로 선출된 로게 전 위원장은 약물 퇴치 운동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1998년 동계 올림픽 유치와 관련해 뇌물 스캔들이 터졌을 때는 강하게 개혁을 주장하기도 했다.

그리고 2001년 위원장직에 오른 로게 전 위원장은 부정부패, 약물, 불법 스포츠도박, 승부조작 등에 '무관용 원칙'으로 대응해 국제 스포츠계에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계ㆍ동계올림픽이 각각 세 번씩 치러내는 동안 그는 IOC의 부패 이미지를 씻고 재정 건전성을 회복해 번영기를 누렸다는 평을 받는다.

한국과도 인연이 있는 인물이다. 2011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에서 열린 IOC 총회에서 201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 평창을 직접 발표한 주인공이다. 사상 첫 남미 하계올림픽 개최(2016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러시아의 사상 첫 동계올림픽 개최(2014년 소치) 역시 그의 재임 기간 이뤄졌다. 토마스 바흐 현 위원장에게 바통을 넘기고 나서는 유엔에서 청소년ㆍ난민ㆍ스포츠 특사로 활동했다.

바흐 IOC 위원장은 이날 성명을 통해 "자크는 스포츠, 선수들과 함께하는 것을 사랑했으며 그 열정을 그가 아는 모든 사람에게 전달했다"고 애도의 뜻을 표했다. 이어 "그는 IOC의 현대화와 개혁을 도운 뛰어난 위원장이었다"며 "클린 스포츠를 지지하며 도핑에 맞서 지칠 줄 모르고 싸웠다"고 찬사를 보냈다. 바흐 위원장은 또 "IOC 위원으로 함께 선출된 우리는 멋진 우정을 나눴으며 이는 그의 마지막 날까지 이어졌다"고 회고하며 그를 추모했다.

성환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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