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10월부터 적용되는 중개보수 개편안을 놓고 소비자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 중개 서비스에 비해 수수료가 여전히 높은 수준인 데다, 집값이 비쌀수록 수수료 상한 요율이 더 올라가는 가격 책정 기준 때문이다.
부동산 소비자들은 금액을 많이 지출할수록 할인을 더 많이 받는 일반 소비자 시장과 현행 중개보수 체계가 정반대라고 주장하고 있다.
29일 정부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 20일 마련한 부동산 중개보수 개편안을 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개편안에는 중개 수수료 상한 요율을 낮추는 내용이 담겼다. 고가 주택 기준은 현행 9억 원에서 15억 원으로 올라가고, 매매 최고 상한 요율은 0.9%에서 0.7%로 낮아진다. 임대차 최고 상한 요율도 기존 0.8%에서 0.6%로 줄어든다.
다만 거래금액이 클수록 올라가는 수수료 상한 요율 체계는 그대로 유지됐다. 주택 매매 시 △2억~9억 원 미만 구간의 상한 요율은 0.4% △9억~12억 원 미만은 0.5% △12억~15억 원 미만은 0.6% △15억 원 이상은 0.7%를 적용한다. 임대차 상한 요율도 최저 0.3%(1억~6억 원)에서 최고 0.6%(15억 원 이상)로 올라간다.
이 같은 체계는 2000년부터 갖춰졌다. 중개 수수료율은 1984년에 처음 도입됐는데, 당시에는 거래금액 구간을 9단계로 구분하고 고가일수록 상한 요율이 낮아졌다. 더 많은 돈을 내는 사람이 더 큰 할인을 받는 일반 시장과 같은 원리가 적용된 것이다. 실제 최저 거래금액 500만 원 미만 구간은 0.9%, 5,000만 원 미만 구간은 0.5%, 8억 원 이상 구간은 0.15%를 적용했다.
하지만 2000년 7월 첫 개편이 이뤄진 후 20년간 고가 주택에 대해 오히려 높은 상한 요율을 적용하는 원칙이 유지됐다. 김진유 경기대 도시·교통학과 교수는 “거래 금액에 따라 절대적인 수수료 액수가 높아질 수는 있지만 요율까지 올라가는 것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업계는 거래금액이 높아질수록 요율이 떨어지는 다른 서비스와 달리 부동산 중개 수수료 요율만 거꾸로 가게 된 이유는 ‘부의 형평성’이 고려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중개업계 관계자는 “돈 많은 사람들이 더 높은 요율로 지불하는 것이 부의 형평성 측면에서 맞지 않느냐라는 여론이 주를 이뤄 바뀌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고액 구간일수록 소비자의 협상력이 있다고 보고, 협상은 시장 영역이라는 판단이 있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주택 가격이 10억 원 이하이던 집값 폭등 이전에 유효한 얘기라는 반박이 나오고 있다. 서울 시내 주요지역 아파트 가격이 대부분 15억 원을 넘는 상황에서, 부동산 업자와 협상을 해 수수료를 인하받기는 어려워졌다는 설명이다. 특히 이번 정부의 수수료 개편으로 중개업자들이 최고 상한 요율을 다 챙겨 받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하고 있어, 일부 구간에서는 중개 수수료가 더 올랐다는 불만도 제기도고 있다.
이 때문에 일부 소비자들은 거래 금액과 관계없는 정액제를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국토부는 “정액제가 도입되면 시장에서 경쟁이 사라진다”는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 또한 온라인과 정보기술(IT)을 바탕으로 중개 시장에 뛰어든 프롭테크(부동산과 기술의 합성어)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저렴한 수수료를 내세우는 부분도 긍정적으로 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