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하면서 시중은행들도 '0%대'에 그치던 예·적금 금리를 줄줄이 올릴 준비를 하고 있다. 예·적금 등 수신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따라 오르는 탓에,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을 비롯한 가계대출 금리도 잇따라 상승 곡선을 탈 전망이다. 현행 주담대 금리 하단이 이미 2%대 후반을 가리키고 있는 만큼, 조만간 2%대 대출금리 역시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을 반영해 다음 주부터 예·적금 금리를 일제히 올리기로 했다.
한은에 따르면 국내 은행의 정기예금 평균 금리(신규취급액 기준)는 지난해 5월(연 1.07%) 이후 줄곧 0%대를 유지해 왔다. 지난달 평균 금리가 연 0.91%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정기예금 평균 금리가 조만간 1%대 초중반으로 오를 것으로 보인다.
스타트를 끊은 건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다. 케이뱅크는 지난 28일부터 '코드K 정기예금' 금리를 0.2%포인트 올렸다. 인상된 금리에 따라 이 예금상품의 1년 만기 금리는 최고 연 1.4%다.
시중은행들도 30일 이후 0.2%포인트 안팎 범위에서 예·적금 금리를 올리기로 했다. 신한은행은 오는 30일 예·적금 금리를 0.2∼0.3%포인트 인상하기로 했고, NH농협은행은 내달 1일 0.05~0.25%포인트 올릴 계획이다. 다른 은행들도 기준금리 인상 폭을 감안해 조만간 수신금리 인상에 나선다는 입장이다.
대출금리 추가 인상도 불가피해졌다. 이미 변동금리형 주담대의 기준금리 역할을 하는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는 7월 신규취급액 기준 0.95%로 1년 2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은 상태다. 9월 중 오르는 시중은행의 수신금리는 오는 10월 발표되는 코픽스 금리에 반영될 전망인 만큼, 10월부터 실행되는 주담대부터 본격적으로 대출금리가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19일 기준 코픽스 연동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2.62~4.13%다. 금리 하단이 이미 2%대 후반을 가리키고 있는 만큼, 2%대 대출은 조만간 자취를 감추게 될 것으로 보인다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시장 변화를 더 빠르게 반영하는 은행채를 기준금리로 삼는 신용대출의 금리는 더 빠르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재 시중은행의 신용대출 금리(1등급 기준)는 연 2.96~4.01% 수준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이미 대출금리가 1년 사이 1%포인트 가까이 상승해왔지만 머지않은 시점에 추가 금리 인상까지 대비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대출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