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전북 전주는 '두 개'다. 국내 최대 규모의 한옥마을을 품은 전북도청 소재지 ‘전주’, 그리고 지적 측량 등 국토정보 업무를 맡고 한국국토정보공사(LX)가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로 만든 가상세계의 전주가 그것이다. 디지털 트윈 전주엔 시내 도로와 건물은 물론 각 건물의 내부 구조, 미세먼지 농도, 하천의 수위와 수질 등이 실시간으로 분석돼 표시된다. 도시의 내밀한 속살까지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세계'다.
LX 관계자는 27일 “메타버스 서비스의 가상공간은 그림으로 그려서 구성되지만, 디지털 트윈은 실제 공간을 옮겨 현실감이 넘친다”며 “집안에서 VR 장비를 끼고 현장감 넘치는 사이클링도 할 수 있게 되는 등 실내 레저산업을 비롯한 다양한 신사업과 접목할 수 있다”고 말했
현재 디지털 트윈 전주에서는 각종 데이터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는 수준. 예를 들면 어린이 눈높이로 시내를 둘러볼 수 있어 어린이 입장에서 장애물을 판별할 수 있는 도시 설계에도 더 없는 좋은 도구가 된다. LX 관계자는 “이는 메타버스의 초기 버전”이라며 “디지털 트윈을 통해 현실 데이터를 관리하면 다양한 메타버스 서비스에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요즘 3차원 가상공간인 메타버스에서 소통은 기본 쇼핑, 학습이 이뤄지고 노동조합 출범식, 학교 입학식 등의 일상이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하면 LX의 디지털 트윈 사업은 더욱 탄력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이 더욱 주목받는 이유는 이를 통해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LX 디지털트윈사업단 관계자는 "디지털 트윈 기술로 등장할 일자리는 데이터를 수집, 입력하는 단순 업무부터 데이터 활용 능력이 요구되는 업무까지 다양하다"며 "특히 저학력부터 고학력까지, 노인부터 청년까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과정에서 창출되는 일자리만 860개 이상, 구축된 가상세계를 이용한 다양한 서비스가 선보일 경우 고용 파급 효과는 따지기 힘들다. 이 같은 기대 효과 덕분에 디지털 트윈은 지난해 '한국판 뉴딜' 실현을 위한 10대 대표과제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방자치단체도 디지털 트윈 도입에 적극적이다. 데이터가 많을수록 정교해지는 가상세계 특성상 다양한 행정 데이터를 축적하고 있는 지자체가 강점을 지닌 분야이기 때문이다. 이미 전주시는 LX와 함께 시 행정데이터를 활용한 폭염취약지 분석, 음식물 폐기물 수거체계 관리 등 8가지 행정서비스 모델을 개발, 특허를 출원했다. 충북혁신도시, 춘천시도 디지털 트윈을 추진하고 있다. LX 관계자는 “행정데이터를 활용한 디지털 트윈 모델은 전국 지자체로 확산하고 해외에도 수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토 정보 수집과 디지털화를 주특기로 하는 LX와의 협업은 민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소방장비 개발회사인 한컴라이프케어는 3년 전부터 LX와 협업해 소방안전서비스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화재 현장 출동 전 소방관이 가상세계로 건물 내부구조 등을 학습할 수 있고, 화재 진압 중에는 소방관의 위치 및 건강 상태가 가상세계에 실시간으로 공유되는 서비스다. 이정민 한컴라이프케어 이사는 "디지털 트윈 기술을 이용하면 화재 진압 과정에서 안전을 보다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이 새로운 서비스를 세상에 내놓는 과정에서도 일자리는 늘어난다. 이 이사는 “서비스 운영자,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3D 모델 디자이너 등 앞으로 더 많은 인원을 채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X 공간정보연구원은 전주시 전역을 디지털 트윈으로 구현하는 데 435억 원을 투입할 경우 생산유발 768억 원, 소득유발 202억 원, 부가가치 유발 363억 원, 고용유발 860명의 효과를 거둘 것으로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