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노무현 사찰' 전 국정원 3차장, 2심서 징역 6개월로 감형

입력
2021.08.26 21:00

이명박 정부 시절 전직 대통령 비자금 사찰을 주도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종명 전 국가정보원 3차장이 항소심에서 1심보다 형량이 줄어든 징역 6개월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9부(부장 문광섭)는 26일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국고 등 손실) 등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차장에게 징역 8개월을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이종명 전 차장은 원세훈 전 국정원장과 공모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전 대통령 사찰 관련 사업을 진행하면서 국고를 손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차장은 풍문으로 떠돌던 김 전 대통령의 미국 내 비자금 의혹을 추적하도록 지시(일명 '데이비슨 사업')하고, 여기에 대북공작금 5억3,000만 원을 사용한 혐의를 받았다. 2011년 말 노 전 대통령 측근에게 금품 제공 의혹이 있던 해외도피사범의 국내송환(일명 '연어 사업') 비용으로 9,000만 원을 쓴 혐의도 있다.

이 전 차장은 재판 과정에서 자신이 해당 사업을 구체적으로 지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3차장으로 부임한 후에 상당기간 지난 시점에서 큰돈의 사용을 알지 못한 채 집행됐다는 것은 국정원 내부 지위와 역할에 비춰 쉽게 믿지 못하겠다"며 "국정원 예산을 용도에 어긋나게 사용해 국고를 횡령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다만 "원세훈 전 국정원장 아래에서 일하고 개인적인 자금 사용은 없는 점, 수십 년간 아무런 범죄 없이 국가에 헌신한 점을 종합했다"고 양형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밖에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 여사의 중국 방문 및 박원순 전 서울시장 일본 방문 미행 △배우 문성근씨 사찰 지시 등과 관련해선 1심과 마찬가지로 무죄 판단을 유지했다.

신지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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