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론 능력’은 인간의 대표적인 인지기능 중 하나다. 세계 각국의 뇌과학자들은 사람이 추론할 때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추론의 신경학적 기전을 규명하면 뇌질환자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인지기능 저하의 원인과 해결책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 때문이다.
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 디지스트) 전현애 뇌ㆍ인지과학전공 교수 연구팀은 인간의 대표적인 인지 기능 중 하나인 ‘추론능력’의 비밀을 열어줄 새로운 메타-분석 모델을 개발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를 이용해 인간의 추론 과정에 대한 핵심 신경학적 기전도 새롭게 규명했다. 인간의 추론 능력에 대한 비밀이 풀릴지 귀추가 주목된다.
과학계에선 그 동안 추론 능력의 핵심 기전을 밝히기 위해 여러 메타-분석을 이용한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실제 대뇌 피질의 복잡하게 접혀있는 공간적 특징(folded geometry)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지나치게 단순한 가정을 바탕으로 한다는 한계가 있었다.
전현애 교수 연구팀은 메타-분석 모델을 제시했다. 대뇌 피질의 공간적 특징이 반영된 공간적 점 과정(Spatial point process)이라는 수학 모형에 기반한다. ‘피질 표면에서의 베이즈 기반 메타-분석(BMACS)’이란 이름이 붙은 이 모델로 추론 과정의 핵심 기전에 대한 중요한 증거를 제시할 수 있었다.
BMACS는 기존 분석법과 달리 뇌 피질의 표면에서 분석을 진행해 추론과 관련된 뇌 영역을 찾아내는데 성공했다. 두뇌의 앞쪽 왼쪽 배외측 전전두피질, 전두극피질, 내측 전전두피질 등이 추론의 핵심 영역으로 밝혀졌다. 이 영역은 다양한 인지 과정에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진 다중 요구 시스템(Multiple-Demand System)의 뇌활성 패턴과 많은 유사점을 보였다. 복잡한 인지 과정이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고도의 사고 과정을 통해서 추론이 진행된다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전현애 교수는 “이번 연구는 인간의 추론 능력에 대한 핵심 증거를 제시한 것”이라며 “특히 우리가 개발한 새로운 분석 방법을 이용한다면, 향후 인간의 추론 능력뿐만 아니라 다양한 인지 능력을 관장하는 뇌의 핵심 기제를 더욱 과학적으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는 디지스트 신민호 뇌ㆍ인지과학전공 박사과정생이 제1저자로 참여했다. 연구결과는 저명한 뇌인지신경과학 분야 학술지 인 ‘대뇌피질Cerebral Cortex’에 6월28일 온라인으로 게재됐다.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수행된 중견연구자 사업의 성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