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급격한 확산으로 병상 부족 현상이 심각해지자 뒤늦게 민간 의료기관에 병상 확보와 의료진 파견 등을 요청했다. 그간 병상 확보 등 코로나19 대응이 지방자치단체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민간 의료기관의 협조가 미흡했는데, 국가가 처음으로 개입한 것이다. 계속 협조하지 않는 경우 의료기관의 이름도 공표한다.
24일 마이니치신문 등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과 도쿄도는 전날 개정 감염증법에 근거해 도쿄도내 의료기관에 코로나19 환자를 받아들이고 병상을 확보하라고 요청했다. 국가가 병상 확보를 직접 요청한 건 처음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급하지 않은 입원이나 수술을 연기하는 등 일반 의료를 제한하고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협력할 것을 요청하는 내용이다. 코로나19 환자를 이미 받고 있는 중점의료기관 등에는 '최대한의 입원환자를 수용하고 더 한층 병상을 확보할 것'을 요청하고, 다른 병원에는 코로나19 치료를 위한 숙박요양시설 운영, 의료진 파견 중 적어도 한 가지에 협조하라고 요구했다. 개인 병원 등 일반 진료소에는 인력 파견, 코로나 환자의 재택 의료, 백신 접종 중 최소 한 가지에 협조할 것을 요청했다.
후생노동성 간부는 "국가가 요청하는 것은 '이 국면이 총력전'이라는 메시지"라고 말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현재 도쿄도의 코로나19 대응 병상은 나중에 사용 가능하도록 확보해 둔 병상을 합쳐 6,406개다. 23일 현재 이용 가능한 병상(5,967개) 중 4,034개를 입원 환자가 사용하고 있어 사용률은 68%다. 하지만 24일 도쿄도에 4,220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지난주부터 매일 4,000~5000명대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어, 의료 현장은 심각한 압박을 받고 있다. 이달 들어 도내에서만 10만 명이 넘는 감염자가 발생하면서 환자 3만6,000명 이상이 자택 요양 중이다.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한 채 상태가 악화해 숨지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이날 자민당 임원회의에서 자택 요양자에 대한 의료 대응 체제를 정비할 것을 강조했다. "자택 요양중이어도 반드시 연락이 갈 수 있도록 태세를 만들겠다. 병세가 악화한 경우 임시 의료시설이나 산소 스테이션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 대응이 너무 늦다는 지적이 많다. 이미 전날에도 도쿄도에서만 2명이 자택 요양 중 숨졌다. 특히 70대 여성은 고령에 지병도 있어 입원을 모색해 왔지만 일주일 넘게 병상이 나지 않아 입원을 하지 못하다가 상태가 급격히 악화한 것을 가족이 발견, 병원으로 옮겼으나 숨을 거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