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김 "방역 등 대북 인도적 지원 지지"... 한미훈련 중 한반도 긴장 관리

입력
2021.08.23 17:20
"보건, 방역, 식수 분야 지원 준비됐다"
한미 대북 지원 손짓에 北 호응 미지수

미국 측 북핵 협상 수석대표인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23일 "대북 인도적 지원 계획을 지지한다"고 밝혔다.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실시로 군사적 도발을 시사하며 강력 반발하고 있는 북한을 향한 유화 제스처로 풀이된다.

김 대표는 이날 서울 중구 플라자호텔에서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를 가졌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뒤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가 열린 것은 6월 이후 두 달여 만이다.

김 대표는 이날 협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한미훈련은 오랜 시간 이뤄진 연례적이고 순수한 방어 목적의 훈련"이라며 "두 나라(한미)의 안보를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북한의 대화 파트너와 언제 어디서든 만날 수 있다"며 북미 간 대화 재개 입장을 피력하기도 했다. 한미훈련(16~26일)을 전후해 북한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의 담화에 이어 지난달 27일 복원한 남북 통신연락선 전격 단절 등으로 한반도 주변 긴장이 고조돼왔다.

특히 김 대표는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가능성을 논의했다"며 "미국은 인도적 지원 프로젝트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노 본부장도 "한미 양국은 보건 및 감염병 방역, 식수 등 가능한 분야에서 북한에 대한 인도적 협력 사안을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한미가 대북 인도적 지원과 관련해 구체적인 분야를 공개하는 것은 처음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국경 봉쇄가 장기화하고 있는 북한에 방역 분야를 중심으로 지원할 준비가 돼 있다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이다. 한미 양국은 국제기구 등을 통한 대북 식량 지원 활동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정부는 인도적 지원을 통해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와 코로나19, 수해 등 3중고에 시달리고 있는 북한과 대화 재개를 모색하겠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다만 코로나19 이후 북중 간 국경까지 막은 북한이 한미 양국의 방역 지원을 수용할지는 불투명하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대북 인도적 지원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지지를 확보한 것은 의미가 있다"며 "한미훈련 종료 이후 북한의 동향을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한미 북핵수석대표협의 직후 방한 중인 이고르 마르굴로프 러시아 아시아태평양차관과도 별도의 양자 협의를 가졌다. 양측은 한반도 주변 긴장 관리를 위한 양국 간 협력과 관련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조영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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