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졸업사진' 의정부고 학생회장 "사전 검열? 학생 스스로 결정해요"

입력
2021.08.23 13:30
의정부고 학생자치회장 노형기군 
"올해 최고 화제는 배달의민족 캐릭터 코스프레"
"배민, 졸업사진 보고 고3 모두에게 굿즈 전달"
"코로나19 때문에 더 많은 학생 참여 못해 아쉬워"

매년 기발한 졸업사진으로 화제에 오르는 경기 의정부고. 올해 교내 학생들 사이에서 가장 화제가 된 사진은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업체 '배달의 민족 캐릭터 코스프레'다.

의정부고 학생자치회장인 노형기군은 23일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 (학교 안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건 배달앱 마스코트를 콘셉트로 한 사진"이라고 소개했다.

노군은 이어 "배달앱 회사 측에서 3학년 전교생한테 배달앱 회사 관련 굿즈를 나눠 준다고 했다"며 "그게 학교에서 가장 이슈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노군은 '냥코대전쟁'이란 게임 캐릭터를 따라 했다. 냥코대전쟁은 10대 사이에서 인기 있는 게임이란 게 노군의 설명이다.


"암묵적 합의로 혐오 표현, 선정적 콘셉트는 안 찍어"

노군은 "학생들은 7월 초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졸업사진을 준비한다"고 했다. 소품이나 분장 비용은 모두 학생 부담이다. 학교 측의 지원은 일절 없다고 했다.

노군은 학생들이 졸업사진의 콘셉트를 정할 때 학교 측이 관여하지 않는다고 했다. 학생 재량에 맡긴다는 것이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의 풍자 사진이 정치·사회적 논란으로 번진 뒤 학교 측의 사전 검열이 있다고 알려졌는데, 알려진 내용과 차이가 있는 셈이다.

노군은 "학생자치회로 사전에 졸업사진 계획서를 받아 콘셉트를 반별로 정리한 다음 학생이 원하면 조율 과정을 거친다"며 "이번에는 따로 조율 과정을 거치지 않았는데도 겹치는 콘셉트가 없었다"고 말했다.

'학교에서 콘셉트에 대한 지침이 있느냐'라는 질문에 노군은 "따로 명시적인 지침은 없다"며 "혐오 표현이라든가 선정적인 주제는 선택하지 않는 걸로 암묵적 합의가 돼 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학생 주도로 진행돼 선생님들은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며 "콘셉트는 친구들끼리 의논하다가 다 알아서 걸러지는 편이라 선생님들이 개입하실 일은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노군은 또 이색 사진은 졸업사진을 찍어야 하는 3학년 학생 모두가 참여하는 게 아니라 원하는 학생만 참여한다고 했다. 참여를 원하지 않을 경우 교복을 입고 평범하게 찍는다고 했다.


"코로나19로 졸업사진 행사 만끽 못 해 아쉬워"

노군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촬영 준비가 녹록지 않았다며 아쉬워했다. 그는 "촬영 직전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하면서 7월 말로 예정된 촬영 일정이 미뤄졌다"며 "그런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 졸업사진을 준비한 게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촬영 당일에도 거리두기를 유지하면서 밀집도를 최소화하고 마스크 착용을 계속 하다 보니 이동에 제한이 있었다"며 "졸업사진 촬영이 아무래도 행사인데 많이 만끽하지 못했던 게 아쉬웠다"고 토로했다.

노군은 사진이 공개된 뒤 선배들한테 '재밌는 사진들 잘 찍었다'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고 했다. 그는 "개인적 부담감보다는 선배들보다 더 화제가 될 만한 사진을 찍으려는 승부욕이 강했다"며 "졸업한 선배들은 따로 콘셉트 결정 전에 참여하는 경우는 없고, 학생자치회 (사회관계망서비스) 페이지에 사진이 올라간 후에 연락이 온다"고 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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