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첫 가톨릭 사제인 성김대건 안드레아 신부(1821~1846)의 탄생 200주년 기념 미사가 바티칸시국 성베드로 대성전에서 21일(현지시간) 한국어로 봉헌됐다. 전 세계 가톨릭 중심지인 이곳에서 한국어 미사가 열린 것은 2015년 3월 한국 주교단의 교황청 정기 방문 이후 6년 5개월 만에 처음이다.
교황청 성직자성 장관인 유흥식 라자로 대주교 주례로 이날 오후 시작된 미사에는 현지 한인 신부와 수도사, 수녀 등 200여 명이 참석했다. 유 대주교는 ‘성김대건 신부님, 고맙습니다’라는 제목의 강론에서 “성김대건 신부님은 25년 26일이라는 짧은 지상의 삶을 통해 참된 삶의 가치를 보여주셨다”며 “엄격한 유교 신분사회에서 인간 존엄과 평등사상, 이웃에 대한 사랑을 실천했다”고 말했다. 이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위기의 시대에 맞은 ‘성김대건 신부님 탄생 200주년 희년’은 우리 모두에게 큰 은총과 중대한 사명을 전해준다”며 “형제애는 코로나19뿐 아니라, 병든 세상의 유일한 해독제이자 사회악의 치료제”라고 강조했다.
한반도 평화 정착에 대한 소망과 교황 방북의 기대감도 피력했다. 유 대주교는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북한을 방문해 한반도 평화의 밑거름이 될 수 있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한다”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미사 말미에 낭독된 메시지를 통해 “김대건 안드레아 성인의 탄생 200주년을 기념하는 이날, 저의 메시지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모든 교우에게 닿기를 바란다”며 “이 기쁜 기념일은 영웅적 신앙의 모범적 증인”이라고 축복을 건넸다.
1821년 충남 당진의 천주교 가정에서 태어난 김대건 신부는 1845년 8월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사제품을 받고 가톨릭 사제가 됐다. 천주교 박해가 절정에 달했던 시대적 상황 탓에 사목 활동을 하다 체포됐고, 1846년 9월 효수당했다. 교황청 안팎에선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을 계기로 한국 가톨릭 240년 역사를 재조명하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가톨릭평화방송은 ‘순교자 성월’인 다음 달 초쯤 이날 미사를 중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