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국가온실가스배출량(NDC)을 '2018년 대비 35% 이상'으로 줄이는 방안을 담은 탄소중립법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했습니다. 환경단체, 전문가, 야당의 반발이 거셉니다. 우리 정부의 기존 목표치인 '2017년 대비 24.4% 감축' 보다는 상향 조정됐으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패널(IPCC)이 제시한 '2010년 대비 45%'에는 한참 못 미친다는 이유에섭니다.
그렇다면 '2018년 대비 35%'와 '2017년 대비 24.4%', '2010년 대비 45%'는 각각 어떻게 다르고, 왜 제각각 다른 기준으로 제시된 걸까요.
우리나라가 2030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처음 만든 건 2015년 6월입니다. 당시 우리 정부는 "2030년 배출전망치(BAU) 대비 37%를 줄이겠다"고 발표했습니다. BAU는 온실가스 감축 조치를 하지 않았을 경우 예상되는 배출 총량입니다. 문제는 BAU 수치 자체가 어떤 조건을 넣느냐에 따라 너무 가변적이라는 점입니다. BAU를 되도록 작게 계산해두면 그만큼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덜해도 되는 거죠.
이런 문제 때문에 2015년 12월 파리협정은 "2030 NDC를 절대량 기준으로 설정하라"고 권고했습니다. 우리 정부도 그에 맞춰 지난해 12월 유엔에 NDC 수정안을 내면서 '2017년 대비'로 기준을 변경했습니다. 2017년을 기준으로 잡은 건 온실가스 총배출량 통계를 확정 짓는데 2년 남짓 시간이 걸린다는, 순전히 기술적인 이유 때문입니다. 지금은 2018년 온실가스 총배출량이 통계로 나왔기에 여기에 맞춰 다시 조정했습니다. 2018년은 국내 온실가스 총배출량의 정점이기도 하죠. 이제 법에 이를 명시한 이상 우리나라는 앞으로 '2018년 대비'를 기준점으로 쓸 예정입니다.
정부가 처음 제시한 기준 '2017년 대비 24.4% 감축'을 2018년 기준으로 바꿔 계산하면 26.3% 감축입니다. 그렇기에 탄소중립법에 담긴 '2018년 대비 35% 이상 감축'은 어쨌든 기존 목표치에 비해 10%포인트 가까이 상향 조정한 목표인 것은 맞습니다.
목표 달성을 위해 2030년까지 줄여야 할 온실가스 양도 1억9,170만 톤에서 2억5,470만 톤으로 크게 불어납니다. 그러나 IPCC가 제시한 기준을 감안하면 여전히 턱없이 적습니다. IPCC는 2018년 '지구온난화 1.5도 특별보고서'를 내놓으면서 '2100년까지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로 제한하려면 온실가스 배출량을 2030년까지 2010년 대비 45%를 줄이라'고 했습니다.
이 기준을 우리나라에 적용해 '2018년 기준'으로 다시 환산하면 50.4% 감축이란 수치가 나옵니다. 2030년까지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3억6,660만 톤 줄여야 하는 것으로, 연단위로는 약 3,660만 톤입니다. 삼성전자, 현대차, LG전자, SK하이닉스 등 우리나라 주요 대기업들이 지난해 배출한 온실가스가 약 2,700만 톤인 점을 감안하면 결코 적지 않은 양이죠.
그렇다면 해외는 어떤 기준을 적용하고 있을까요. 2050탄소중립은 전 세계적인 목표지만 그에 도달하는 속도와 방법은 저마다의 사정에 따라 조금씩 다릅니다. 여전히 BAU 대비 감축률을 제시하고 있는 곳도 있고, 과거 기준 연도 대비 감축률 대신 정책 및 감축 행동을 통한 감축 목표를 제기하는 나라도 있죠. 과거 기준 연도도 1990년이 제일 많지만 2000년, 2005년, 2010년 등 다양합니다. 탄소중립 목표 연도는 대부분 2050년이지만, 이마저도 중국은 산업화 등이 뒤늦었다는 이유 등 때문에 2060년으로 설정했습니다.
제각기 다른 기준과 방법을 적용하고 있지만 그 지향점은 같습니다. 더 이상의 기후위기를 막고, 환경을 잘 보전해 다음 세대에게 살 만한 세상을 물려주자는 것이죠. IPCC는 2018년 보고서에서 '2100년까지 지구온도 상승이 파리협약 목표인 2.0도보다 0.5도 낮은 1.5도에 머물면 해수면 상승이 10㎝ 낮아져 위험에 놓이는 사람이 1,000만 명 줄어든다'고 했습니다. 다소 버겁고 힘겹더라도 과감한 에너지 전환과 다방면에서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통해 탄소중립으로 나아가야 하는 이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