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음식 칼럼니스트 황교익씨의 '입'에 짓눌려 쩔쩔매고 있다.
황씨 논란의 본질은 그가 경기관광공사 사장이 될 만한 자질이 있는지 여부다. 그러나 검증 대상인 황씨가 오히려 큰 소리를 치며 민주당을 욕보이고 있다. 19일 당 원로인 이해찬 전 대표와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대표가 황씨에게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이해찬 전 대표는 이날 황씨에게 전화를 걸어 "이번 일로 마음이 많이 상했으리라 생각한다. 정치인들을 대신해 원로인 내가 위로드린다"고 자세를 낮췄다. "너그럽게 마음 푸시고 민주당 정권재창출을 위해 앞으로도 늘 함께해주리라 믿는다"고도 했다. 황씨를 "문재인 정부 탄생, 민주당의 지난 총선, 지방선거 승리에 기여한 분"이라고 상찬하기도 했다.
이낙연 전 대표도 "저희 대선캠프의 책임 있는 분이 (황씨의) 친일 문제를 거론한 것은 지나쳤다고 생각한다"며 황씨를 달랬다. 이 전 대표 캠프의 신경민 상임부본부장이 "황씨는 도쿄나 오사카 관광공사에 맞을 분"이라고 비판한 것을 대리사과한 것이다. 황씨가 18일 "이낙연 전 대표의 정치생명을 끊겠다"고 협박했지만, 협박당한 이 전 대표가 고개를 숙인 셈이 됐다.
두 전임 대표의 사과를 받고서야 황씨는 19일 반 발짝 물러나는 태도를 취했다. 그는 "20일 오전까지 거취 관련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자진사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그는 페이스북에서 "이낙연 측에 끝없이 사과를 요구했는데, 이해찬 전 대표의 위로를 받았다"며 이 전 대표를 '이낙연'이라고 호명해 '뒤끝'을 보이기도 했다. 황씨가 끝까지 고자세를 풀지 않은 것이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12일 황씨를 경기관광공사장에 내정한 이후 민주당 대선레이스는 '황교익 블랙홀'에 빨려 들어갔다. 민주당 대선주자들은 물론이고 당 지도부도 황씨의 입에 끌려다녔다. 황씨는 자진사퇴하라는 요구를 물리치고 막말로 대응하며 여권 전체를 어지럽혔다.
이재명 지사 역시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황씨 리스크가 이 지사의 대권 가도에 '독'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이 지사 대선캠프에서 쏟아졌지만, 이 지사는 내내 침묵했다. 이 지사는 19일 '황씨에 대한 생각이 어떠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이낙연 전 대표를 비롯한 당내 인사들이 줄줄이 모욕당하는 상황인데도 민주당 지도부는 "황씨 논란은 경기도 인사 문제"라며 거리를 뒀다.
민주당은 여전히 황씨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20일 자진사퇴할 것을 마냥 기다리는 처지다. 민주당 관계자는 "당이 강성 친문재인 성향의 황씨를 어르고 달래 끌어안고 가는 결과가 됐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