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이닝 1실점+40호 홈런…적장도 감탄한 '만화 야구'의 끝판

입력
2021.08.19 15:39
22면

일본의 투타 겸업 '야구 천재' 오타니 쇼헤이(27ㆍLA 에인절스)가 '만화 야구'의 끝판을 보여줬다.

오타니는 19일(한국시간) 미국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코메리카 파크에서 열린 디트로이트와의 원정경기에 선발 등판해 8이닝을 1실점으로 막고, 타석에선 올 시즌 메이저리그 첫 40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오타니는 마운드에서 6안타(1홈런)를 내줬지만 볼넷 없이 탈삼진 8개를 곁들여 디트로이트 타선을 거의 완벽하게 묶었다. 8이닝은 빅리그 데뷔 후 한 경기 최다 이닝 소화다. 2018년 5월 21일 탬파베이전 7.2이닝(2실점)이 기존 최다 이닝이었고, 올 시즌엔 앞서 7이닝만 3차례 있었다. 90개의 공을 던지며 69개를 스트라이크로 꽂았고, 최고 구속은 99마일(약 159㎞)까지 찍혔다. 3-1 승리에 앞장선 오타니는 시즌 8승(1패)째를 올렸고, 평균자책점은 종전 2.93에서 2.79로 낮췄다. 시즌 초반 활화산 같은 홈런포에 비해 마운드에선 다소 운이 따르지 않았던 오타니는 최근 등판한 4경기에서는 모두 승리하며 투수로도 가파른 상승세를 타고 있다.

오타니의 승리를 도운 건 다름 아닌 자기 자신이었다. 1번 지명타자로도 나선 오타니는 2-1로 앞선 8회초 선두타자로 나가 쐐기를 박는 우월 솔로홈런을 터뜨렸다. 상대 두 번째 투수 호세 시스네로의 2구째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지난 15일 휴스턴전 39호 이후 4경기 만에 아시아인 최초로 메이저리그 40홈런 고지를 밟은 오타니는 이 부문 2위 블라디미르 게레로 주니어(35개ㆍ토론토)와 격차를 5개로 벌렸다. 오타니가 홈런을 친 뒤 베이스를 돌자 코메리카 파크를 채운 팬들은 "MVP"를 연호했다. 오타니는 정규시즌 아메리칸리그 MVP 1순위 후보로 꼽힌다.

지난달 32호포를 기록하면서 마쓰이 히데키(2004년)의 31홈런을 넘어 아시아 타자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을 작성한 오타니는 이날 홈런으로 1982년 레지 잭슨(39홈런)의 에인절스 소속 좌타자 시즌 최다 홈런 기록도 새로 썼다. 지명타자 제도가 도입된 1973년 이후 아메리칸리그에서 한 경기 8이닝 이상을 던지면서 홈런을 친 건 존 갈런드(2006년), 크리스 벤슨(2006년), 보비 위트(1997년)에 이어 오타니가 4번째다. 이제 남은 건 아시아 최초의 빅리그 홈런왕이다. 에인절스가 홈런왕을 배출한 건 2000년 47홈런을 친 트로이 글라우스가 마지막이다.

미국의 스포츠 전문매체 ESPN 등에 따르면 A.J 힌치 디트로이트 감독은 "우리는 믿을 수 없는 재능을 목격했다. 불행하게도 우리가 희생됐다"며 오타니의 '인생 경기' 앞에 무릎 꿇은 패배를 인정했다. 조 매든 에인절스 감독은 "오타니는 특별한 선수"라면서 "오타니가 MVP뿐 아니라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도 노릴 수 있다"고 최근 투수로서의 활약에 찬사를 보냈다.

성환희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