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경비원도 월 4일 이상 휴무일을 보장받는 등 근무조건이 개선된다. 하지만 이 모든 게 결국 돈이 드는 문제인데, 이에 대해선 '입주민과 경비원 간 협의에 맡긴다'에 그쳐, 경비원 대량 해고를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17일 '근로감독관 집무규정' 개정안을 행정예고했다. 지난 2월 '감시단속적 근로자(아파트 경비원 등) 승인제도 개편 방안'을 내놓은 데 이은 것이다. 지난 2월 개편방안이 경비원에게 본연의 경비 업무 외 분리수거, 주차관리 등을 맡길 경우 일반 관리원으로 전환하라는 것이었다면, 이번 개정안은 경비원의 실제 근무 형태가 어떠해야 하는지 규정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먼저 경비원에게도 월 4일 이상의 휴무일이 보장돼야 한다. 경비원을 위한 휴게시설도 창고 등 다른 시설과 별개로 설치돼야 하고, 적정한 실내 온도(여름 20~28도, 겨울 18~22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 시설에다 침구류까지 갖춰야 한다. 경비원의 휴게시간을 길게 잡아 임금을 줄이려는 것도 제한된다. 휴게시간은 근로시간보다 짧아야 하고, 휴게시간에는 외부에 알림판을 부착해 온전히 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문제는 이렇게 경비원 업무를 경비 그 자체에만 한정하면, 그간 관행적으로 해왔던 분리수거, 주차나 택배관리 등 부수적 업무는 어떻게 하느냐다. 이를 위한 별도 인력을 채용하기에는 비용부담이 크다.
고용부도 이 같은 비판을 의식, 개정안을 내놓음과 동시에 △퇴근형 격일제 △경비원·관리원 구분제 △기타 교대제 등을 대안으로 내놨다. 퇴근형 격일제는 밤에 일부만 남아 야간 경비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한다. 기존 근무 방식과 가장 비슷하지만, 그에 따라 임금이 줄어들 우려가 있다. 경비원·관리원 구분제는 경비원은 경비만, 관리원이 나머지 업무를 주관하는 방식이다. 단, 관리원은 일반 노동자라 근무에 따른 각종 별도의 수당이 발생한다.
이는 일종의 모델로, 각자 사정에 맞는 방식을 택하면 된다. 고용부도 각 사정에 맞게 적용가능한 방식에 대해 무료 컨설팅을 제공키로 했다.
하지만 대안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입주민과 경비원 간 협의에 맡겨 두면 을인 경비원들이 목소리를 높일 수 없다. 정의헌 전국아파트공동사업단 대표는 "휴게시설은 지자체 등이 재정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사실상 불가능하고, 경비원의 휴게시간이나 휴무일 준수 등은 고용부의 감독 없이는 흐지부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김선기 민주노총 전국민주일반노동조합 교육선전실장은 "결국 입주민에겐 관리비, 경비원에겐 월급의 문제로 이어지는데 이를 협의에만 맡겼다"며 "경비원에 대한 처우 개선을 내걸었지만 실제로는 대량해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