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가 치르게 하겠다더니... 정작 한미훈련 시작되자 잠잠한 北

입력
2021.08.17 00:10

북한이 조용하다. 한미연합군사연습(한미훈련) 실시에 반발해 남북 통신연락선을 일방적으로 끊고, “시시각각 위기를 느끼게 해주겠다”고 엄포를 놓더니 정작 16일 훈련이 시작되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잇단 최고위급 담화로 긴장감을 한껏 끌어올렸던 북한은 왜 훈련 기간에는 침묵할까.

한미는 이날부터 9일간 올해 후반기 한미연합지휘소훈련(CCPT)에 돌입했다. 합동참모본부 주관으로 10~13일 진행된 사전연습 성격의 ‘위기관리 참모훈련(CMST)’을 거쳐 ‘본훈련’에 들어간 것이다. 대규모 실병력 기동 훈련 대신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되지만 방어와 반격으로 진행되는 시나리오는 그대로다.

북한은 한미훈련 자체가 체제를 심각하게 위협한다고 본다. 매년 3월과 8월 한미훈련 철만 되면 잔뜩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도 이 때문이다. 북한은 사전 훈련이 시작된 10, 11일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과 김영철 통일전선부장 명의로 각각 담화를 내고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될 자멸적 행동” “엄청난 안보위기를 시시각각 느끼게 해줄 것” 등 도발을 염두에 둔 듯한 협박을 서슴지 않았다. 한미훈련을 대하는 북한 수뇌부의 부담감을 가감없이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막상 훈련이 개시되자 북한은 숨을 죽이고 있다. 무력 시위 조짐도 포착되지 않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겸 노동당 총비서 역시 지난달 30일 전국 노병대회 참석 후 2주 넘게 공개석상에서 사라졌다.

북한의 이런 패턴은 과거와 유사하다. 북한은 대체로 한미훈련 기간을 피해 도발을 감행했다. 올해 전반기 한미훈련이 끝난 3월 21일과 25일 북한은 단거리 순항미사일과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시험 발사했고, 지난해 3월에도 한미훈련이 마무리된 21일과 29일 동해상으로 발사체를 쏘아올렸다. 이는 훈련 기간에는 각종 감시ㆍ정찰 장비를 비롯한 한미 양국의 안보 자산이 총집결하는 만큼 도발할 경우 오히려 전략만 노출되고 역공을 부르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한미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습도발을 해야 존재감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은 이번에도 ‘말 도발’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죄(한미훈련)와 벌(도발)은 한 줄기에서 자란다”고 맹비난했다. 물론 이제 막 훈련이 시작된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도발 여지는 남아 있다. 2019년 한미훈련 기간 중인 8월 16일 동해상으로 미확인 발사체를 쏜 전력도 있다. 일각에서는 21일 예정된 성 김 미국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에 맞춰 북한 군 당국이 깜짝 무력 시위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내놓는다.

김민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