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착점 다가온 중개수수료 조정, 9억 집 매매 시 810만→450만원 되나

입력
2021.08.16 17:30
16면
'고가주택' 기준 현행 9억원에서 상향
최대 수수료 0.9%→0.7%로 줄어
17일 토론회, 각계 의견 수렴 뒤 최종 결정
공인중개사들 반발...총궐기 예고

정부가 최고 요율을 적용하는 '고가주택' 기준을 현행 9억 원에서 최대 15억 원으로 올리고 보수요율을 낮추는 부동산 중개수수료 개편안을 꺼내들었다. 정부안으로 확정되면 9억 원 아파트 매매 시 중개보수가 현행 810만 원에서 450만 원으로 줄어든다.

국토교통부는 국토연구원과 한국리서치가 조사한 '부동산 중개보수 및 중개서비스 개선 방안'을 토대로 학계, 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는 토론회를 17일 개최한다고 16일 밝혔다. 국토부는 토론회 등에서 수렴한 각계 의견을 종합해 중개수수료 개편안을 조만간 최종 확정할 계획이다.

중개보수 시스템 개편 배경에는 최근 들어 급등한 집값이 자리하고 있다. 집값이 크게 오르면서 부동산 중개수수료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국토부에 따르면 6억 원 이상 주택 매매 비중은 2015년 전체의 6.2%에서 지난해 14.2%로 두 배 넘게 뛰었다. 거래금액도 같은 기간 20.3%에서 38.5%로 증가했다.

현행 중개보수 체계는 5개 구간별 상한 요율을 지정해 거래금액이 높을수록 보수도 증가하는 구조다. 매매 시 상한 요율은 5,000만 원 미만 0.6%, 5,000만~2억 원 미만 0.5%, 2억~6억 원 미만 0.4%, 6억~9억 원 미만 0.5%, 9억 원 이상 0.9%다. 하지만 9억 원 이상 주택이 증가하면서 고가주택 기준 개편 요구가 증가했다. 또 최상위 구간에서 요율이 0.5%에서 0.9%로 급격하게 오르는 등 형평성 문제도 불거졌다.

이에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월 실태조사를 통해 국토부와 지방자치단체에 중개보수 개편을 권고했다. 권익위가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3%가 "중개보수가 과하다"고 답했다. 2014년 이후 7년 만에 중개보수 개편 작업에 들어간 정부는 권익위의 권고안 네 가지 중 선호도가 가장 높았던 2안을 바탕으로 실태조사를 거쳐 새로운 세 가지 안을 마련했다.

세 가지 안 모두 거래비중이 높은 6억 원 이상의 매매거래(임대차는 3억 원) 상한 요율이 낮아지지만 고가주택에 대해선 세부 요율에 차이가 있다.

1안은 거래금액 2억~12억 원의 상한 요율은 0.4%로 단순화하고, 12억 원 이상의 상한 요율은 0.9%에서 0.7%로 낮췄다. 2안은 9억~12억 원 미만 0.5%, 12억~15억 원 미만 0.6%, 15억 원 이상 0.7%로 9억 원 이상 상한 요율을 세분화하고 고가주택 기준을 15억 원으로 올린 것이 특징이다. 3안은 2억~6억 원 미만 0.4%, 6억~12억 원 미만 0.5%, 12억 원 이상 0.7%로 구간별 누진적 요율을 적용했다.

이에 따라 9억 원 아파트 매매거래 시 최고 810만 원이었던 중개보수가 1안의 경우 360만 원, 2·3안은 450만 원으로 줄어든다. 12억 원 아파트는 중개보수가 1,080만 원에서 각각 1안 690만 원, 2안 840만 원, 3안 720만 원으로 감소한다. 15억 원 아파트는 1~3안 모두 1,350만 원에서 1,050만 원이 된다.

이 가운데 절충안인 2안이 최종 개편안으로 가장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소비자가 선호하는 1안과, 중개업자가 선호하는 3안에 비해 업계 혼란이 적고 고가 구간 요율을 세분화했기 때문이다.

국토부는 중개수수료 개편과 함께 중개서비스 개선 방안도 함께 추진한다. 공인중개사 관리 강화를 위해 매년 최소 합격 인원을 제한하고 선발 예정 인원을 발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또 무자격 중개보조원에 의한 중개 행위를 막기 위해 채용 제한 제도 도입도 거론되고 있다. 현재 38% 이상의 공인중개사무소가 1명 이상의 중개보조원을 고용하고 있는데, 보조원에 의해 발생하는 사고가 전체의 67%를 넘는다.

하지만 공인중개사들은 정부의 중개수수료 개편안에 반발하고 있어 갈등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이날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청와대와 국회, 국토교통부 등에서 협회장의 단식 투쟁을 시작으로 전국 각지에서 총궐기를 예고했다.

이승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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