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누나 살해 동생 징역 30년...법원 "최소한의 인격 존중 없다"

입력
2021.08.12 15:01
"범행 수법 잔혹하고 적극적 증거인멸"
"부모가 선처 바라는 점을 양형에 감안"

친누나를 살해한 뒤 농수로에 유기한 20대 남동생에게 징역 30년이 선고됐다.

인천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김상우)는 12일 살인 및 사체유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27)에게 징역 30년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해 12월 19일 오전 2시 50분쯤 인천 남동구 한 아파트에서 30대 누나를 흉기로 30여 차례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누나 시신을 여행 가방에 담아 열흘간 아파트 옥상 창고에 방치했다가 렌터카를 이용해 인천 강화군 석모도 농수로에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범행 수법이 극히 잔혹 치밀하고 적극적으로 증거를 인멸했으며, 시신 유기 과정에서 최소한의 인격 존중도 찾아볼 수 없다”며 “피해자는 4개월간 가족의 품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차디찬 농수로에 버려져 있었고, 그 과정에서 피고인은 피해자 돈으로 게임 아이템을 사고 여행을 갔으며, 수사기관을 기망해 있지도 않은 피해자의 남자친구를 만들어 함께 가출했다고 속이기도 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수사기관에서 객관적 증거를 제시하자 더 이상 부인하는 게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자백한 점 등도 불리한 정상”이라며 “형사처벌이 없고 이 사건으로 가장 크나큰 정신적 피해를 입은 부모가 간절히 선처를 바라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검찰은 지난달 13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A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한 바 있다.

검찰은 당시 “피고인은 흉기 끝이 부러질 정도의 강한 힘으로 누나를 수십 차례 찔러 살해한 것을 보면 친동생이 맞나 싶다”며 “더욱이 사건 발생 후 5일 만에 여자친구와 여행을 가는 등 범행 후 태도를 보면 일말의 죄책감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검찰은 “그럼에도 범행에 대한 책임을 누나에게 전가하는 태도는 납득하기 어렵다”며 “더욱이 숨진 누나 휴대폰으로 360여만 원을 소액결제하고, 피해자의 저축을 모두 사용하고도 1,000만 원가량 대출을 받아 사용하며 경찰과 부모를 속이기까지 했다”고 덧붙였다.

A씨는 친누나를 살해 후 누나 휴대폰 유심(가입자 식별모듈)을 다른 휴대폰에 끼운 뒤 누나가 살아 있는 것처럼 메시지를 주고 받고, 모바일 뱅킹을 이용해 누나 명의 계좌에서 돈을 이체해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2월 14일 A씨 부모가 누나의 가출신고를 하자, 누나의 유심을 넣어 둔 휴대폰을 이용해 부모에게 메시지를 보내 가출신고를 취소하게 했다. 같은 방법으로 경찰 수사관까지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A씨의 행각은 지난 4월 21일 누나의 시신이 발견되면서 발각됐다.

임명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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