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물가 급등세 한풀 꺾였지만…연준 내부선 "10월 테이퍼링" 목소리

입력
2021.08.12 15:15
7월 미국 소비자물가 상승세 꺾여
다우지수·S&P500 지수도 최고치 경신
연준 위원 "10월 테이퍼링 시작 해야"

미국의 소비자물가가 가파른 상승세를 일단 멈췄다. 뉴욕증시는 완화된 물가 압력에 안도하며 최고치를 경신했다. 하지만 여전히 높은 물가 수준에 미국 중앙은행 내부에서는 '조기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1일(현지시간) 외신에 따르면, 미국의 7월 소비자물가 지수(CPI)는 전월 대비 0.5% 상승에 그쳤다. 이는 시장 전망과 일치하는 수준이다. 그간 시장 전망치를 상회했던 △3월(0.6%) △4월(0.8%) △5월(0.6%) △6월(0.9%) 물가 흐름을 봤을 때 가파른 상승 추세가 한풀 꺾인 것으로 풀이된다.

변동성이 큰 에너지ㆍ식품을 제외한 근원 CPI 역시 전월 대비 0.3% 오르면서 시장 전망치(0.4%)를 밑돌았다. 전달(0.9%)와 비교하면 0.6%포인트나 내린 것이다. 특히 전월에 10% 이상 폭등했던 중고차 가격이 7월 들어 0.2%에 오르는 데 그치면서 큰 폭으로 감소했다.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평가에 통화긴축에 대한 우려가 낮아지면서, 다우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그러나 여전히 전반적인 물가 수준은 높은 편이다. 이날 발표된 전년 대비 근원 CPI 상승률은 4%를 넘었다. 이에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매파(통화긴축 선호) 성향 위원들은 잇따라 조기 테이퍼링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섰다.

로버트 캐플런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7월 CPI 통계 발표 직후 인터뷰에서 "경제가 내 예상대로 진전된다면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계획을 발표하고 10월부터 테이퍼링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역시 최근 시장전망치를 웃도는 7월 신규 고용지표 발표에 대해 "이런 증가세가 한두 달 더 지속될 수 있다면, 이 경우 새로운 정책에 대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일단 연준의 조기 테이퍼링 우려는 완화됐다고 보면서도 일부 물가 지표의 상승을 고려하면 테이퍼링의 속도 자체는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연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물가의 가파른 상승세가 진정됐지만 내년 상반기까지 미 연준의 목표인 2%대 아래로 하락하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주택가격·수입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향후 테이퍼링 진행시 속도를 빠르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김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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