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은 결코 종식되지 않을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예방 백신이 생산되면서 확산세도 꺾이나 싶었는데, 이제는 전염력이 훨씬 더 센 델타 변이가 전 세계를 집어삼키고 있는 탓이다. 백신 개발에 참여한 해외 전문가는 “집단면역을 달성할 수 없다”고 했고, 유명 전염병 학자는 모든 백신을 무력화하는 ‘슈퍼 변이’의 탄생 가능성을 우려했다. 코로나19에 대한 인류의 승리 선언은 점점 더 멀어지고 있는 모습이다.
10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임상시험을 이끌었던 폴러드 교수는 이날 영국 하원에 출석해 “집단면역이 가능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전염을 완전히 멈출 어떤 것도 갖고 있지 않다”는 비관적 전망도 덧붙였다. 함께 자리한 폴 헌터 이스트앵글리아대 의대 교수 역시 “집단면역 달성은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두 사람이 ‘집단면역 불가’를 선언한 이유는 델타 변이의 무시무시한 전염성에 있다. 팬데믹 초기 대다수의 전문가는 백신이 출시돼 60~70%의 사람들이 항체를 보유하면 집단면역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델타 변이 출현으로 상황도 180도 바뀌었다. 백신 접종자도 코로나19에 감염되는 이른바 ‘돌파 감염’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은 2차 접종률 50%를 넘겼으나, 델타 변이 유행으로 다시 일일 신규 확진자가 12만 명대로 늘어났다. 접종률 60%를 기록한 영국도 지난달 19일 봉쇄 해제 이후, 당초 예상보단 감염 사례가 줄어 ‘집단면역을 달성한 게 아니냐’는 추정이 한때 일었지만, 여전히 일일 확진자 수는 2만 명 이하로 떨어지지 않고 있다. 이와 관련, 헌터 교수는 “2차 접종까지 마쳐도 50% 정도의 감염 예방 효과만 있다”고 말했다. 폴러드 교수는 “집단면역을 목표로 하는 백신접종 정책을 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실 현재 지구촌은 집단면역은커녕, 델타 변이에 맞서는 것만으로도 벅찬 상황이다. 이달 들어 전 세계 일일 확진자 수는 55만~70만 명을 기록 중이다. 팬데믹 정점이었던 올해 4월의 90만 명보다 적긴 하나, 6월 중순만 해도 30만 명 수준이었던 걸 고려하면 델타 변이의 위력을 실감할 수 있는 대목이다. 사실상 속수무책인 게 현실이다. 특히 감염 사례는 날로 급증하는데, 2차 접종까지 마친 세계 인구 비율은 고작 15.7%에 그쳐 있다.
게다가 또 다른 변이의 유행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일단 지난해 12월 페루에서 출현한 람다 변이의 감염 사례가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늘어나고 있다. 아직 명확한 명칭은 부여되지 않았지만, 올해 1월 콜롬비아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도 있다.
이에 더해 아직 실체는 없으나, 백신 접종도 소용없는 ‘슈퍼 변이’에도 대비해야 할 판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천연두 박멸에 기여한 전염병학자 래리 브릴리언트는 8일 미 C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가능성은 낮지만, 백신을 무력화하는 슈퍼 변이가 출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폴러드 교수도 “백신 접종자를 이전보다 더 잘 감염시키는 새로운 변이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일각에선 새로운 백신 개발 외엔 대안이 없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 소속 백신학자 그레고리 폴란드는 8일 로이터통신에 “현재 출시된 백신은 중증 악화를 막는 데엔 효과적이어도 전염을 완벽히 차단하진 못한다”며 “코로나19 종식을 위해선 또 다른 백신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