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츠버그 박효준(25)이 메이저리그 데뷔 9경기 만에 1호 홈런을 쏘아 올렸다.
박효준은 11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전에 1번 타자 2루수로 선발 출전, 3타수 1안타 1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시즌 타율은 0.308에서 0.310(29타수 9안타)로 조금 올랐다.
박효준의 홈런은 4회말 터졌다. 0-2로 뒤진 4회말 세인트루이스 좌완선발 J.A. 햅이 던진 146㎞ 직구를 받아쳐 오른쪽 담장을 넘겼다. 빅리그 9경기 30번째 타석에서 나온 첫 홈런이다. 타구는 158㎞ 속도로, 비거리는 116m다. 왼손 타자이지만 왼손 투수에게도 강점을 보인 것과 동시에 장타력까지 빅리그 수준임을 입증한 홈런이다. 데릭 셸턴 피츠버그 감독은 “박효준의 스윙은 무척 간결한데도, 복부 쪽에 힘이 좋아서 장타를 만든다”며 “그가 왼손 투수를 상대로 좋은 타격을 할 수 있다는 걸 봤다. 앞으로도 왼손 투수를 상대할 기회를 줄 것”이라고 약속했다.
박효준은 이 홈런으로, 한국인 중 13번째로 빅리그에서 홈런을 친 선수로 남았다. 추신수 강정호 최희섭 최지만 이대호 박병호 김현수 김하성 박찬호 류현진 백차승 황재균 등이 박효준에 앞서 홈런을 기록한 선수들이다.
박효준은 경기 뒤 화상인터뷰를 통해 “햅이 뛰어난 제구력을 갖춘 좋은 투수여서 매 타석 집중했다. 마침내 좋은 타구를 만들 수 있었다”며 “아직 완전한 메이저리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천천히 녹아들고 있고, 팀을 위해 열심히 뛰겠다"고 다짐했다.
박효준은 피츠버그 이적 후 6경기 연속 안타행진을 이어오다 9일 무안타에 그쳤지만, 이날 홈런을 추가하며 다시 타격감을 끌어올렸다.
박효준은 이적 후 많은 기회를 얻으며 자신의 기량을 마음껏 발휘하고 있다.
이날도 2루수로 출장해 데뷔 9경기 만에 5개 수비 포지션(유격수, 좌익수, 중견수, 우익수)을 소화했다. 출장한 포지션에서 평균 이상의 수비력을 보여 멀티 포지션 소화에, 타격이 되는 유망 선수로 꼽히고 있다. 미국 스포츠 주간지 스포츠일러스트레이티드는 “선두타자로 매우 편안해 보인다. 다재다능한 선수는 도루까지 능하다. 평범한 구원투수만 내주며 이런 박효준을 영입했다”고 피츠버그의 성공적인 트레이드로 평가했다.
박효준은 야탑고 3학년이던 2014년 7월 뉴욕 양키스와 계약했지만, 지난해까지 마이너리그에 머물렀다. 야탑고 1년 선배 김하성이 KBO리그를 거쳐 올해 샌디에이고에 4년 장기계약으로 입단한 것과 대조적이다.
차근차근 마이너리그 단계를 밟은 박효준은 마침내 지난달 17일 뉴욕 양키스에서 빅리그 데뷔전을 치르며 역대 25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가 됐다. 이후 같은 달 17일 피츠버그로 이적했고, 2일 필라델피아전에 선발 출전해 첫 안타를 만들었다.
박효준은 6년 만에 찾아온 기회를 붙잡고 있지만, 김하성과 다르게 마이너리그 옵션이 다수 있어 조금만 부진하면 마이너리그로 강등될 수 있다. 매 경기 자신의 가치를 실력으로 입증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