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인기 게임 ‘배틀그라운드’ 제작사 크래프톤이 증시 입성 첫날부터 체면을 구겼다.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불거진 ‘고평가’ 논란을 떨쳐내지 못한 듯 시초가와 종가 모두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엔씨소프트를 제치고 게임 대장주에 등극했지만, 공모주를 배정받은 투자자는 거래 첫날부터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하게 됐다.
10일 주식시장에서 크래프톤은 시초가 대비 1.23%(5,500원) 오른 45만4,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공모가(49만8,000원) 대비 약 9% 하락한 수준이다. 시초가(44만8,500원) 역시 공모가보다 약 10% 낮은 수준에서 형성됐다. 주가는 오전 한때 시초가 대비 약 11% 빠진 40만500원까지 하락하는 등 급락세를 보였지만 장 종료를 앞두고 소폭 상승 마감했다.
시가총액 기준으로는 엔씨소프트를 누르고 게임 대장주 자리를 차지하는 데는 성공했다. 시가총액은 약 22조1,997억 원으로 엔씨소프트(약 18조 원)를 약 4조 원 이상 따돌리고 코스피 시가총액 19위(우선주 제외)에 등극했다. 다만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24조3,512억 원)과 비교하면 약 2조 원 감소했다.
크래프톤의 주가 하락은 ‘고평가' 논란 등으로 흥행에 부진했던 청약 결과를 고려하면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는 분석도 나온다. 여러 증권사를 통한 중복 청약이 가능했던 크래프톤은 일반 청약에서 통합 경쟁률 7.79대 1에 그쳤다. 청약 증거금은 5조358억 원에 불과했다. 중복 청약이 불가능했던 카카오뱅크의 58조 원과 비교하면 10% 수준이다. 앞서 크래프톤은 증권신고서 제출 당시 비교기업으로 월트디즈니 등을 제시해 고평가 논란이 일었다.
김현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크래프톤의 공모가는 넥슨·엔씨소프트 대비 30~40% 프리미엄이 붙은 수준”이라며 “4분기 출시될 신작 게임의 흥행을 가정하더라도 게임업 단일사업을 영위하는 상황에서 유지되기는 어려운 수준”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