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가석방 결정에 온라인에서는 일부 인사들의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글이 소환되고 있다. 재벌 총수의 가석방에 대한 입장이 극명하게 달라져서다. '그때는 틀리고, 지금은 맞다'는 그들의 입장 변화에는 바뀐 정권의 이해 관계, 본인의 정치적 득실 등이 걸려 있다.
가장 먼저 소환된 인물은 한인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다.
한 교수는 현 정부에서 법무부 법무 검찰개혁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문재인 정권과 가까운 인사다. 조국 전 법무장관 딸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활동 증명서 발급에 관여한 의혹을 받기도 했다.
한 교수의 글이 회자된 건, 이재용 부회장 가석방을 앞두고 청와대가 보인 반응 때문이었다. 9일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가석방 문제는 청와대가 언급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법무장관의 권한이란 설명이다. 하지만 중요 인사의 경우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될 수밖에 없다는 시각이 법조계는 물론 정치권에도 두루 퍼져있다.
한 교수 역시 2014년 12월 27일 페이스북에 이 대목을 콕 집어 언급했다. 당시는 박근혜 정부 시절로 그때 역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를 비롯해 여권 인사들을 중심으로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 기업인에 대한 가석방 필요성이 나오고 야당(지금의 더불어민주당) 일부에서 이를 반대하는 등 논란이 있었다.
한 교수는 당시 글에서 기업인 가석방을 청와대 권한이 아니라고 밝힌 박근혜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다. '법적으론 법무장관 권한일지 몰라도 실제로 청와대와 법무부의 협의를 거쳐 대통령의 의중대로 결정된다고 보면 틀림없어요. 괜히 발뺌하지 말아요. 어느 코미디 대사를 빌리자면 "누굴 바보로 아나?"라고 적었다.
당시 서울대 교수였던 조국 전 법무장관은 한 교수의 글에 "실세 진돗개 권한이 아니라고 한 것이 다행…"이라는 댓글을 달아 놓기도 했다.
정권만 달라졌을 뿐, 그때와 판박이 상황. 하지만 한 교수의 SNS에는 아직까지 이재용 가석방 결정과 관련한 어떠한 글도 찾아볼 수 없었다. 조국 전 장관 역시 마찬가지다.
일부 대선주자들과 당 내부의 강한 반발에도 민주당이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힌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민주당은 이 부회장의 가석방 결정이 발표된 지 30분 만에 "정부가 고심 끝에 가석방을 결정한 만큼 삼성이 백신 확보와 반도체 문제 해결 등에 있어 더욱 적극적 역할을 해달라"(이소영 대변인)는 논평을 냈다.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180도 입장을 바꾼 사람은 야권에도 있다. 국민의힘 대선주자 홍준표 의원이다.
당시 경남도지사였던 홍 의원은 한 교수와 마찬가지로 박근혜 정부 시절, 기업인 가석방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했다. "우리나라 재벌이라는 분들의 기업소유지분은 5%도 채 안 되는데 그들이 기업을 좌지우지하는 것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글로벌기업이 아니라고 스스로 자복하는 꼴"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등은 기업인 가석방 필요성을 언급하며 분위기를 띄우고 있었다.
하지만 홍 의원은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에 범죄를 저지른 기업 대표들에 대해 관용은 없다고 한 게 어제 같은데, 굳이 재벌옹호당이라는 오해를 받는 새누리당에서 전면에 나서 재벌 총수 가석방을 주장할 필요가 있을까"라고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7년이 지난 9일 이재용 부회장의 가석방이 결정되자, 홍 의원은 곧바로 환영 메시지를 올렸다. "반도체 전쟁에 반드시 승리해주길 바란다"는 덕담도 건넸다. 그러면서 "이명박, 박근혜 두 전직 대통령의 형 집행 정지도 결정해달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후속 결단을 해달라"는 부탁을 남기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