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소부장도 90% 해외 의존… 정부, 글로벌 기업과 손잡고 ‘바이오 소부장 독립’도 추진

입력
2021.08.10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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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 원부자재 공급 부족 심화
발주에서 입고까지 평소보다 1년 가까이 지연

국내 바이오산업에서 수입 원·부자재 비중이 100%에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바이오 의약품 원·부자재에 대한 공급 부족이 현실화된 가운데 해당산업의 안정적인 성장을 위해선 바이오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구조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10일 한국바이오협회와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국내 바이오산업에서 수입 원·부자재 비중은 90%로 집계됐다. 해외 의존도가 절대적인 상황에서 국내 바이오산업의 자생력을 갖추긴 어려운 상황이다.

예컨대 바이오 의약품 생산엔 세포 배양에 필수인 '배지'(세포 먹이)와 배양된 세포 중 의약품으로 쓸 수 있는 단백질을 정제하는 데 필요한 '레진' 확보가 핵심인데, 현 상황에선 구경조차 힘든 실정이다. 코로나19 이후, 자국 내 의약품 백신 생산을 우선주의로 내세운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 반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 수입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온 국내 바이오업계에선 타격일 수밖에 없다. 실제 국내 기업들이 의약품 원·부자재 수입을 발주하면 입고까지 걸리는 시간이 평소보다 4~12개월 지연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정부가 도우미로 나섰다. 문승욱 산업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글로벌 바이오 원·부자재 기업인 싸이티바의 임마누엘 리그너 대표를 만나 국내 생산시설에 대한 투자를 요청했다. 싸이티바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으로 수요가 급증하는 일회용 세포배양백 등을 생산하고 있다. 싸이티바는 백신 원·부자재의 글로벌 수요가 급증하자 생산시설 추가 투자처로 한국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문 장관은 리그너 대표에게 “한국은 향후 시장 성장 가능성이 크고 정부도 글로벌 백신 허브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며 ‘입지와 세제, 현금 등 다양한 분야에서 지원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정부는 지난 5일 ‘K-글로벌 백신허브화 비전 및 전략’을 발표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역량과 숙련된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하기 위해 올해 하반기부터 2026년까지 5년간 총 2조2,000억 원을 투자한다는 내용이다. 정부는 이 중 국내 바이오 의약품 소부장 강화를 위해 관련 국내 기업당 최대 30억 원을 지원하고, 자체 설비가 없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백신 상용화 단계를 지원할 방침이다. 국내 의약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의약품 원·부자재의 국산화가 이뤄져야 할 것”이라며 “정부의 전방위적인 지원이 이뤄진다면 의약품 원·부자재 자급률을 5년 안에 50% 수준까지 끌어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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