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단체들은 9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가석방 결정이 발표되자마자 일제히 환영의 뜻을 밝혔다. 경영 일선에 복귀할 것으로 예상되는 이 부회장에게는 과감한 신사업 투자 등을 통해 국가 경제 발전에 적극 기여해줄 것을 주문했다. 다만 사면이 아닌 ‘가석방’ 조치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이날 오후 법무부 발표 즉시 입장문을 냈다. 전경련은 “세계는 반도체 패권전쟁 중이며 인텔과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과의 경쟁에서 뒤처져 우리 경제의 먹거리를 한순간에 잃어버릴 수 있는 상황”이라며 “이 부회장의 가석방은 우리나라가 세계 반도체 시장에서 기술적 우위를 점하고 나아가 새로운 경제 질서의 중심에 서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는 한국 경제의 위기 극복과 재도약에 대한 삼성의 견인차 역할을 바라는 국민적 요구가 반영된 것”이라며 “삼성은 이러한 기대에 부응해 투자와 일자리 창출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다만 사면이 아닌 ‘가석방’ 조치에 대해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가석방은 조건부 임시 석방 제도로 해외 출장 제한 등 경영 활동에 제약이 따른다. 또, 이 부회장의 경우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경제범죄로 실형을 선고 받아 5년 간 취업이 제한된다. 이 부회장이 경영에 복귀하기 위해선 법무부의 심의와 장관 승인 등 절차가 필요하다. 반면 형의 집행을 즉시 면제해주는 ‘특별사면’은 경영 활동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재계가 지난 6월 문재인 대통령의 4대 그룹 대표 초청간담회 등에서부터 이 부회장에 대한 사면을 건의해온 이유다.
우태희 대한상공회의소 상근 부회장은 “이 부회장이 사면이 아닌 가석방 방식으로 기업경영에 복귀하게 된 점은 아쉽다”라며 “향후 해외 파트너와의 미팅 및 글로벌 생산현장 방문 등 경영활동 관련 규제를 관계부처가 유연하게 적용해주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도 “가석방은 취업제한, 해외출장 제약 등의 어려움이 있어 이 부회장이 경영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행정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했다.
대한상의와 한국경총, 한국무역협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장은 오는 1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회동할 예정이다. 경제단체장들은 이 자리에서 다시 이 부회장의 사면 문제를 적극 거론할 것으로 보인다.
이 부회장은 재수감 7개월 만에 ‘자유의 몸’이 된다. 지난 1월18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서울구치소에 재수감된 후 207일 만이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이날 가석방심사위원회의 결정을 존중해 이 부회장을 포함한 801명에 대해 가석방을 최종 확정했다. 8·15 가석방은 오는 13일 오전 10시 이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