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전두환'이 처음 출석한 가운데 진행된 항소심 재판은 30분 만에 종료됐다. 재판부가 전두환(90) 전 대통령의 건강 상태가 좋아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판을 일찍 끝냈기 때문이다.
전 전 대통령은 9일 오후 2시 광주지방법원 제1형사부(김재근 부장) 심리로 열린 사자명예훼손 사건 항소심 3차 공판에 출석했다. 지난해 11월 말 1심 선고공판 이후 재판에 출석하지 않다가 재판부가 불이익을 경고하자 법정에 나온 것이다. 전 전 대통령은 회고록에서 5·18 당시 헬기 사격을 목격했다고 증언한 고(故) 조비오 신부를 '파렴치한 거짓말쟁이'라고 비난해 명예를 훼손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이날 낮 12시 42분쯤 광주지법에 도착한 전 전 대통령은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면서 차에서 내려 법원 건물에 들어섰고, 오후 1시 57분쯤 법정에 출석할 때도 부인 이순자씨의 부축을 받았다. 이날 오전 8시 25분 서울 서대문구 연희동 자택에서 출발할 때 혼자 걸어나와 손을 한 번 흔들고 차량에 탑승했던 모습과 대조적이었다. 그는 법원에서 "발포 명령을 부인하느냐" "광주시민과 유족에게 사과할 마음이 없느냐"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지 않았다.
전 전 대통령은 개정 이후에도 몸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재판부가 신원을 확인할 때 부인 이씨의 도움을 받아 대답한 후 고개를 뒤로 제끼더니, 이후 피고인석에 앉아 20분 가까이 눈을 감고 꾸벅꾸벅 조는 모습을 보였다.
재판부가 오후 2시 20분쯤 "피고인은 지금 호흡이 곤란하냐"라고 물었고, 이씨가 남편을 대신해 "식사를 못하고 가슴이 답답한 것 같다"고 답했다. 그러자 재판부는 "잠시 피고인이 퇴정한 상태에서 재판을 진행하겠다"면서 전 전 대통령에게 휴식시간을 줬다. 전 전 대통령이 이씨와 경호원의 부축을 받으면서 퇴정하자 방청석에선 "기가 막히네, 참말로" "생쇼를 하고 있네" 등 비난이 나왔다.
전 전 대통령이 오후 2시 27분쯤 다시 입장하면서 재판이 재개됐다. 하지만 그는 오른쪽 팔을 책상에 걸친 채 고개를 좌우로 흔드는 등 계속해서 불편한 기색을 보였고, 결국 재판부는 개정 30분 만에 재판을 끝냈다. 다음 공판은 이달 30일 오후 2시에 열기로 했다.
5·18기념재단 등 시민단체들은 전 전 대통령이 광주지법에 도착한 직후 법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재판부는 전씨에게 엄정하고 신속하게 법의 심판을 내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씨가 여전히 반성 없는 태도로 일관하고 있는 만큼 방어권을 과도하게 보장해서는 안 된다"면서 "재판부는 일반 국민과 동일한 기준으로 전씨 재판을 진행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