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과 지중해 연안 국가들의 소방대가 그리스로 속속 모여들고 있다. 열흘간 전국 100여 곳에서 산불이 발생해 수백㎢ 면적의 임야가 파괴된 이웃을 돕기 위해서다. 최근 지중해 연안의 남유럽 국가들에서 40도가 넘는 폭염 속 전례 없는 대규모 화재가 발생해 앞서 터키에도 '지구촌 소방대'가 결집한 바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불길은 좀처럼 잡히지 않고 주말 사이 그리스인 수천 명은 화재를 피해 집을 떠나야 했다.
7일(현지시간) 영국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그리스 전역 70여 곳에서 산불 사태가 계속되고 있다. 거센 바람과 건조한 날씨로 화재 진압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진화 작업 중 의용소방대원 1명이 숨졌고 최소 20명이 부상을 입었다. 유럽산림화재정보체계에 따르면 약 열흘간 154곳에서 발생한 불로 피해를 입은 임야 면적은 560㎢에 달한다. 이는 서울시 면적의 90%가 넘는다. 특히 수도 아테네 북쪽 교외 산악 지대와 그리스에서 두 번째로 큰 섬인 에비아, 펠로폰네소스 지역 등의 피해가 크다. 경찰관들은 이날 집집마다 직접 다니며 주민들을 대피시켰고 에비아섬을 찾은 관광객들도 주민들과 함께 섬을 빠져나갔다.
심각한 산불 사태에 십여 개의 이웃 국가들은 지원에 나섰다. 키프로스, 크로아티아, 프랑스, 이스라엘, 이집트, 우크라이나 등의 소방관 800여 명이 아테네 북부에서 진화 작업을 돕고 있다. 프랑스는 이미 파견된 수백 명의 소방 인력 외에 소방기 3대와 소방관 80명을 추가 지원할 방침이고, 영국에서도 머지사이드, 랭커셔, 런던 등의 소방대가 그리스로 향했다.
산불 상황이 악화하면서 그리스 정부를 향한 비판 여론이 연일 커지고 있다.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은 "야당이 중앙정부의 부족한 재난 관리 능력을 비난하고 나섰고, 피해를 입은 지방당국들은 화재 진압을 위한 자원이 부족하다고 중앙에 불만을 표하고 있다"고 전했다.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는 이날 "인명 구조를 가장 우선시하고 있다"면서 "산림·재산 피해를 막는 일과 동시에 하기란 불가능하다"고 부족한 대응 상황을 일부 인정했다. 다만 "비판도 필요하나 지금은 때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재난 대응에 더 힘을 실어 달라는 취지다.
그리스를 포함한 지중해 연안 남유럽의 산불 사태는 도무지 꺾일 기세가 아니다. 최소 8명이 숨지는 등 큰 피해를 입은 터키는 대규모 산불이 이날로 11일째 계속됐고, 이탈리아 남부와 북마케도니아, 알바니아, 불가리아 등에서도 화재가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