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퇴양난 상황에 맞닥뜨린 가상화폐 거래소들에게 8월이 사실상 '운명의 달'이 되고 있다. 중소 거래소가 줄줄이 폐업 수순을 밟고 있는 데다, 그나마 덩치 큰 거래소 간의 협업 시도마저 삐그덕대며 업계 전체에 탈출구 마련이 쉽지 않은 상태다.
거래소들은 이달 임시국회에서 논의될 거래소 신고기한 연장 법안에 기대를 걸고 있지만, 금융당국의 완강한 반대 입장에 이마저도 여야 합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중 거래를 중단하거나 코인 거래량이 0에 가까운 거래소만 5곳이 넘는다. 업계에서는 국내 거래소 60여 개 중 한 달 새 10개 가까이가 폐업수순을 밟은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사실상 나머지 거래소도 '버티기'에 돌입한 상태"라며 "특별한 계기가 없는 한 이달 중 폐업 결정을 내리는 거래소가 크게 늘 것"이라고 전했다.
가상화폐 거래소 신고 기한(9월 24일)이 한 달 반가량 남았지만, 이미 업계 분위기는 가라앉아 있다. 지난달 시중은행이 요구하던 '면책특권'을 금융당국이 단호히 거절한 뒤부터 실명계좌 발급을 위한 시중은행과 거래소간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9월 24일 이후 원화 거래를 계속하려면 시중은행과의 제휴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4대 대형 거래소조차 재계약이 불투명한 상태다.
최근 NH농협은행이 불지핀 '트래블 룰(코인을 옮길 때 적용되는 규정)' 이슈 역시 업계 전체를 움츠러들게 하고 있다. NH농협은행은 제휴를 맺고 있는 빗썸과 코인원에 내년 3월부터 적용할 예정이었던 트래블 룰 체계를 구축하기 전까지는 코인 입·출금을 중단할 것을 제안했는데, 이는 대형 거래소조차 부담스러운 요구다. 현재 빗썸과 코인원 측은 "내부 논의 중"이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과 은행 측 눈치에 내부 고민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거래소 간 협업도 어려워졌다. 은행 실명계좌 제휴를 맺고 있는 4대 거래소는 올해 6월 말 트래블 룰에 대응할 합작법인을 설립하기로 했지만, 업계 1위 업비트가 발을 빼면서 계획이 흐지부지된 상태다.
거래소들이 기대를 거는 건, 이르면 다음주부터 시작될 8월 임시국회다. 현재 국회에는 조명희·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특정금융정보법(특금법) 개정안 2건이 접수된 상태다. 두 법안 모두 거래소 심사 기한을 6개월 늘리자는 내용을 담고 있다. 내달 24일 전까지 법안 논의부터 통과, 공포까지 이뤄져야 하는 만큼 시간 여유가 충분하지는 않다.
하지만 금융위원회가 이 법안에 부정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어 여야 합의가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중소 거래소 관계자는 "이번에 금융당국 수장 두 명이 한꺼번에 바뀌면서 가상화폐 논의에도 새로운 계기가 되지 않을까 기대 중"이라며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상황을 진전시킬 수 있길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