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승범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6일 가계부채 문제를 두고 "관련 대책 추진 과정에서 효과를 더 높일 방안이 무엇인지 계속 고민하겠다"며 대출 규제를 강화할 뜻을 내비쳤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으로서 긴축적 통화정책을 선호해 온 고 후보자가 금융위원장에 내정되자마자 매파 성향을 그대로 드러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 후보자는 이날 서울 중구 예금보험공사 사옥에 마련된 국회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 금융시장·금융시스템의 안정, 자산시장 과열 문제에 대응해나가야 한다"며 "가계부채 관리를 철저히 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고 후보자의 이런 발언에는 평소 가계대출 문제에 강경하게 대응해온 그의 매파 성향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는 지난달 15일 열린 한은 금통위에서도 "가계부채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기준금리를 인상해야 한다"는 의견을 유일하게 내기도 했다.
금융권은 이날 발언을 근거로 고 후보자가 지금보다 더 센 대출 규제를 내놓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정부가 만지작거리고 있는 2금융권 대출 규제책을 서둘러 시행하고, 은행권 건전성 지표 관리를 강화해 1금융권 대출 문턱을 더 높이는 방안 등이 거론된다.
일각에선 현직 금통위원에서 금융위원장으로 직행한 고 후보자의 가계부채 발언이 기준금리 인상을 압박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독립성을 보장받아야 하는 금통위의 기준금리 결정이 정부 눈치를 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하지만 그는 통화 정책의 독립성 훼손 논란을 묻는 말에 "여기까지만 하겠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고 후보자는 가상화폐 규제 방향에 대해서도 "굉장히 중요한 이슈이고 시간도 많지 않아 (가상화폐 사업자 등록 마감 시한인) 9월까지 여러 방안에 대해 심사숙고해 결정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2030세대의 가상화폐 투자 열풍을 두고 '잘못된 길'로 표현한 은성수 금융위원장 발언에 대한 입장을 묻는 말에도 "자세한 사항을 지금 말씀드리면 혼선이 있을 수 있다"고만 답했다.
다만 고 후보자는 일각에서 제기된 금융위와 금감원의 '불협화음'설을 일축하듯, " 두 기관은 한 몸처럼 움직여야 한다"고 분명한 어투로 강조했다. 새로 발탁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과도 이미 통화했다고 밝힌 그는 "서로 잘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고 후보자와 정 금감원장은 행정고시 동기로 공직 생활을 함께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