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할 것 같았던 리오넬 메시(34·아르헨티나)와 FC바르셀로나의 동행이 21년으로 마침표를 찍었다. ‘원클럽맨’ 꿈은 무너졌지만 메시가 바르셀로나에 남긴 선물은 실로 엄청났다.
바르셀로나는 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바르셀로나와 메시가 새 계약에 합의했지만 라리가 규정에 따른 재무적·구조적 장애 탓에 계약이 이뤄지지 못했다”며 “양측은 선수와 구단의 바람이 결국 충족되지 못한 것에 매우 유감스러워하고 있다”고 밝혔다.
라리가는 구단의 총수입과 비교해 선수단의 인건비 지출이 일정 비율을 넘지 않도록 하는 ‘비율형 샐러리캡’ 제도를 시행한다. 바르셀로나는 코로나19 대유행 전 선수 연봉 상한선이 6억7,100만 유로(약 9,088억6,000만 원)로 가장 높았지만, 올해 3월에는 3억4,700만 유로(약 4,700억 원)로 크게 줄었다. 이 규정이 결국 양측의 계약을 불발시킨 직접적 원인이 됐다.
올해 6월 말 자유계약(FA) 선수 자격을 얻은 메시는 다른 구단과 이적 협상을 할 수 있었으나, 바르셀로나 잔류를 우선순위에 놓고 50%가량의 연봉 삭감을 수용한 채 5년짜리 재계약 협상을 해왔다.
메시가 바르셀로나를 떠나는 것은 13세의 나이로 바르셀로나 유소년팀에 합류한 지 21년 만이다. 2000년 바르셀로나의 기술 이사가 레스토랑 냅킨에 급히 계약서를 만들어 건넨 ‘냅킨 계약’으로 시작된 메시와 구단의 동행은 이렇게 끝을 맺었다.
메시가 바르셀로나에서 남긴 기록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2004년 10월 16일 에스파뇰과 스페인 프리메라리가(라리가) 경기에서 바르셀로나 1군에 데뷔한 그는 17시즌 동안 공식전 778경기에 나서 672골 305도움을 기록했다. 778경기는 FC바르셀로나 소속 선수의 역대 최다 출전 기록으로, 메시는 올해 3월 사비 에르난데스(767경기)를 제치고 이 부문 1위에 올랐다. 더불어 지난해 12월에는 '축구 황제' 펠레가 산투스(브라질)에서 세운 단일 클럽 최다 골 기록(643골)도 넘어섰다.
바르셀로나 역사상 100골을 넣은 최연소 선수(22세 6개월 23일), 200골을 넣은 최연소 선수(24세 240일)도 메시다. 라리가만 놓고 보면 메시는 520경기에 나서 역시 바르셀로나 소속 선수 라리가 경기 최다 출전 기록을 세웠고, 474골(217도움)로 리그 통산 득점 1위에 자리하고 있다.
2011-2012시즌에는 정규리그 37경기에서 50골(20도움)을 터트려 역대 라리가 단일시즌에 가장 많은 골을 넣었다.
메시는 전 세계 축구 선수 가운데 한 해 최고의 활약을 펼치는 선수에게 주는 '발롱도르'를 6차례(2009ㆍ2010ㆍ2011ㆍ2012ㆍ2015ㆍ2019) 받아 역대 최다 수상자에 오르는 등 각종 상도 휩쓸었다.
한 시즌 유럽 무대에서 가장 많은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유러피언 골든슈'도 6번이나 수상했다.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가장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선수이기도 하다. 라리가 10회, 스페인 슈퍼컵 8회, 코파 델 레이(국왕컵) 7회,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4회, 클럽 월드컵 3회, 유러피언 슈퍼컵 3회 등 메시는 바르셀로나에서 17년 동안 총 35번의 우승을 경험했다. 매 시즌마다 평균 2개씩 들어올린 셈이다.
특히 한 번 하기 힘든 트레블도 무려 2번이나 차지했다. 2008/2009시즌과 2014/2015시즌에 이뤄냈다.
떠나는 최고 스타를 향해 바르셀로나는 “구단에 대한 그의 공헌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하며 그의 개인과 축구 인생에서 최고의 행운이 함께하기를 기원한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차기 행선지로는 프랑스 파리 생제르맹(PSG) 등이 거론된다. 이적료가 발생하지 않아 메시를 노리는 구단들의 부담이 크게 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