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향성은 공감하지만, 시행 과정에서 나타날 부작용은 걱정된다."
5일 공개된 대통령 직속 2050 탄소중립위원회의 '탄소중립 시나리오' 초안에 대해 관련 업계는 우려를 감추지 않았다. 초안의 1·2·3안은 모두 철강·석유화학·정유업의 연료 전환, 반도체·디스플레이·전기전자업 등 전력 다소비 업종의 에너지효율화를 가정해 산업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5,310만 톤으로 제한했다.
먼저 경제단체들은 지나치게 높은 감축 목표를 우려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논평을 통해 "국제사회의 기후위기 대응 노력에 동참하고 국내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은 높이 평가한다"면서도 "산업 부문의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고 꼬집었다.
유환익 전경련 기업정책실장은 "산업 부문은 세 가지 시나리오 모두에서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8년 대비 80% 감축해야 한다"며 "제조업 중심 산업구조에서 무리한 목표를 설정할 경우, 일자리 감소와 제품의 국제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 "위원회가 감축 수단으로 제시한 탄소감축 기술이나 연료 전환 등의 실현 가능성도 현재로서는 불명확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한국경영자총협회 역시 "시나리오에서 제시한 수소환원제철 기술, 친환경 연·원료 전환 등 기술이 2050년까지 상용화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고, 대한상공회의소는 "어려운 여건 속에 탄소감축 기술개발에 힘쓰는 기업 지원책도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논평했다.
자동차·철강·석유화학 업계 입장도 유사했다. 자동차 업계에선 친환경차 생산 경쟁력에 따른 온도차가 뚜렷했다. 시나리오에 따르면 2050년까지 무공해차 비중이 76~97%로 높아진다. 특히 대체연료 없이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80만 톤으로 줄여야 하는 3안의 경우, 2035년 이후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이 사실상 금지된다.
현대차그룹은 2040년 이후 유럽·미국·중국 등 핵심 시장에서 친환경차만 판매할 계획이다. 이런 전략을 성실히 이행할 경우 정부의 시나리오와 큰 격차가 없다. 하지만 한국지엠, 르노삼성차, 쌍용차 등은 정부 계획안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김용운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안전환경본부장은 "수송 분야의 총 탄소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주요 목적이 돼야지, 전기차나 수소전기차만 판매하도록 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 아니다"며 "급격한 무공해차로의 전환은 내연기관에 맞춰 구축된 부품 공급 사슬망 붕괴를 가져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철강업계 역시 친환경 기술 상용화까지는 험난한 과정이 예상돼 목표 달성이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로의 전기로 전환은 여러 방안 중 하나고, 다양한 탄소중립 관련 기술 개발 추이를 살피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유·석유화학 업계 역시 탄소중립을 위한 기술이 아직 초기 검토 단계인데다, 현장에 도입하려면 대규모 시설 개선이 필요하다. 천문학적인 비용 부담 예측이 어려울 뿐 아니라, 정부 차원의 지원안에도 의구심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실제 추진 단계에서 발생할 부담을 기업에만 전가하지 않고, 정부가 책임감을 갖고 적극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