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0으로 변조' 보이스피싱 전화... 189명 32억 피해

입력
2021.08.04 13:41
경기남부경찰청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
070 번호, 010으로 바꿔 무작위 전화

중국에 콜센터를 차려놓고 대출 문의 이력자 또는 무작위로 전화를 걸어 30억 원을 빼앗은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일명 심박스(070 번호를 010으로 변작해 발신하는 기계)를 이용해 일반 휴대폰인 것처럼 속여 접근했다.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중국에 콜센터를 차리고 보이스피싱 범행을 벌여 32억 원을 편취한 혐의(사기 등)로 중국 총책 A(38)씨 등 10명을 구속하고 22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4일 밝혔다. 경찰은 이들에게 범죄단체조직 혐의도 적용했다.

A씨 등은 중국 청도에 심박스 등을 설치한 콜센터를 차린 뒤 2019년 1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보이스피싱으로 189명으로부터 32억 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금액은 1인당 적게는 100만 원에서 많게는 1억2,600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조사결과 이들은 대출회사 등에 대출을 문의한 이력이 있는 사람들의 전화번호가 담긴 데이터베이스를 입수해 ‘저금리로 대출을 받아 줄 테니 수수료를 내라’, ‘계좌가 범죄에 악용됐으니 계좌에 있는 돈을 안심통장계좌로 입금하라’는 등의 수법으로 돈을 빼앗았다.

A씨 등은 충청지역에서 대포폰을 보이스피싱 조직 등에 제공하다가 직접 보이스피싱을 하기로 하고 조직을 결성한 뒤 중국으로 건너가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심박스를 이용해 ‘070’ 번호를 ‘010’으로 바꿔 일반인이 전화한 것처럼 속여 피해자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방역 강화로 출입국이 어려워지면서 심박스와 대포폰 조달이 중단돼 최근 국내로 들어왔다가 올 4월부터 수사에 나선 경찰에 붙잡힌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보이스피싱 범인은 통상 ‘계좌 범행 연루’ ‘저금리 대환대출’을 언급하거나 이체 또는 인출 후 직접 전달 요구, 경찰·검찰 등 수사기관이나 금융기관 직원 사칭 등을 사용한다”며 “대출상환 시 반드시 지정된 계좌로만 받아야 하며, 수사 및 금융기관 직원은 절대 현금을 요구하거나 전화로 계좌 변경 등을 설명하지 않는 만큼 100% 사기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공조수사 등을 통해 도주한 조직원을 추가 검거할 계획이며, 은닉재산을 끝까지 추적해 몰수하고 피해 회복에 최선을 다 하겠다”며 “보이스피싱 범행의 수단이 되는 금융·통신매체·개인정보 공급업자까지 추적, 검거해 범행 기반을 와해시키겠다”고 말했다.

임명수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