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 ‘개 대조’ 수사… 경찰, 남양주 살인견 보강수사 총력

입력
2021.08.03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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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 입양견과 살인견 동일 여부 쟁점
경찰 "탐문 통해 추가 증거 확보 중"

지난 5월 경기 남양주에서 일어난 ‘개 물림 사망사고’를 수사하고 있는 경찰이 '개 신원 대조'에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당시 길 가던 50대 여성을 물어 숨지게 한 대형견의 주인으로 특정된 개 농장주에 대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이 법원에서 기각돼 수사가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경찰은 과거 농장주가 기르던 개와 사망사고를 일으킨 개가 같은 개임을 입증해야 하는, 수사 사상 유례 없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3일 경찰에 따르면 남양주북부경찰서는 지난달 과실치사, 증거인멸 교사 혐의로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한 피의자 A씨에 대해 보강수사를 벌이고 있다.

경찰은 A씨가 입양한 개를 제대로 관리하지 않아 인명사고에 이르렀다고 보고 영장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해당 입양견이 사고를 일으킨 개라는 소명이 부족하다며 기각했다. A씨의 관리 소홀로 입양한 개가 목줄이 풀린 채로 농장에서 탈출해 유기견 생활을 하던 중 행인을 공격해 숨지게 했다는 경찰의 판단에 법원이 의문을 제기한 셈이다.

법원은 경찰이 제시한 법영상분석연구소 소견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연구소는 A씨가 지난해 6월 입양했을 당시 개 사진과 올해 사건 후 포획된 개의 외형을 분석해 ‘같은 개일 가능성이 높다’는 결론을 냈다. 수염의 패턴과 몸에 난 점의 위치, 크기 등이 거의 일치한다는 게 근거였다. 경찰은 영장을 신청하면서 A씨의 증거인멸 정황 자료도 제출했다. A씨가 개를 넘겨줬던 동네 주민 B씨에게 “입양한 개는 병들어 죽었고 사체는 태워 없앴다고 경찰에 진술해달라”고 말한 내용이 담긴 녹취록이다.

경찰은 추가 탐문 등을 통해 해당 개가 A씨 농장에서 지내는 영상 등을 찾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개는 유전자 감식 등 법적으로 신원을 입증할 요소가 없고 국립수사과학연구소에서도 관련 기능이 없어 어려움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도 “추가 증거를 확보한 뒤 다시 구속영장 신청을 검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종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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