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소득 상위 12%'에게 지방재정을 투입해 지원금을 줄 것인지를 두고 경기도 내 31개 시군의 불협화음이 커지고 있다. 모든 도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자고 주장하는 이재명 경기지사를 지지하는 단체장과 정부의 선별 지급 정책을 수용해야 한다는 단체장으로 나뉘면서다. 이런 가운데 경기도시장군수협의회가 이들 지자체장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진행하면서 '100% 지원' 찬성을 유도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2일 경기 지역 일부 시군 등에 따르면 최근 31개 시군 단체장이 포함된 경기시장군수협의회의 카카오톡 단체대화방에서 협의회장 명의로 설문조사가 진행됐다. 소득 상위 12%에 속해 정부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도민에 대한 지원 여부를 묻는 취지로, 질문은 △해당 도민들에 대해 경기도와 시군이 지원금을 추가 지급하는 것에 동의하느냐 △동의한다면 도와 시군 간 분담 비율은 어떻게 책정하면 되느냐는 2가지 항목으로 구성됐다.
하지만 단체대화방에 답변을 제출한 단체장은 사전 100% 지급을 건의했던 고양시 등 5개시를 제외하고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본보 취재 결과 일부 지자체는 "반대 이유는 묻지 않으면서 비용 분담 비율만 강조한 설문은 사실상 추가 지원을 전제로 한 것으로 문제가 있다"며 불쾌하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사실상 '무응답 시위'를 했다는 것이다.
경기 남부권 A시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분위기상 어쩔 수 없이 지급했지만 올해는 정말 지급 여력이 없다”고 토로했다. B시 관계자도 “경기도가 80% 이상 지원해 준다면 우리도 고민해 보겠지만 자체 재원으로는 어림도 없다”며 “현재 별도 지원 계획은 없다”고 했다.
북부권 지자체장도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움에 처한 계층이 많은데, 정부 지원 대상에서도 빠진 소득 상위층까지 굳이 지원해야 하는지 회의적인 입장”이라며 “더 절실한 곳에 더 많은 예산이 지원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장군수협의회 수장이 이 지사 대선 캠프 합류 소문이 파다한 곽상욱 오산시장이라는 점을 두고도 뒷말이 무성하다. 협의회가 이 지사 측과의 교감 아래 설문조사를 진행했다는 의심까지 나온다. A시 관계자는 “이 지사의 대권 행보를 위해서가 아니라 지자체 현실을 감안해 사업을 추진했으면 좋겠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지자체 관계자는 "이 지사를 지지하는 일부 지자체의 목소리를 31개 시군 전체 목소리인 양 호도하지 말라"고도 성토했다.
앞서 고양‧파주‧광명‧구리‧안성시 등 도내 5개 시장은 “재난지원금을 받지 못하는 (상위) 12% 시민에게 경기와 각 시군이 분담해 별도 지원금을 지급하자”는 입장을 밝혔다. 이 지사도 전날 이들 지자체의 제안을 수용하는 형식으로 시장군수협의회에 논의를 요청했다. 그러면서 "시장·군수들이 공식적으로 요청하면 경기도가 더 많은 부담을 해서라도 모든 도민에게 지급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도내 기초자치단체 상당수는 재정적 현실을 외면한 일방적인 정책이라며 사실상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수원·용인·성남·화성·부천·남양주·안산시 등 도내 대도시급 7개 기초단체장 역시 재정적 부담을 내세워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