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 만연한 인종차별을 몰아내려는 움직임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나타났다. 아프리카 출신 선수들을 모욕한 독일 사이클 대표팀 코치가 직무정지를 당하는가 하면, 축구와 체조경기에서는 선수들이 ‘무릎 꿇기’ 자세를 취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올림픽 경기장에서 어떠한 인종적 선동도 허용하지 않지만, 현장에서는 인종차별을 적극적으로 규탄하는 모양새다.
29일(현지시간) 독일 올림픽연맹은 독일 사이클 대표팀의 페트릭 모스터 코치를 조기에 귀국시키기로 했다고 밝혔다. 모스터 코치는 전날 도쿄 무사시노노모리 공원에서 사이클 남자 도로독주 경기가 벌어지는 가운데 알제리와 에리트리아 선수들을 향해서 “저 낙타몰이꾼들을 잡아, 낙타몰이꾼들을 잡아. 어서”라고 소리쳤다. 이 발언은 방송 중계를 통해서 시청자들에게 그대로 전달됐다. 인종차별을 당한 당사자인 알제리의 아제딘 라가브(35)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림픽엔 낙타 경주가 없다. 그래서 사이클 선수가 된 것"이라고 불편한 기색을 드러냈다.
모스터 코치가 사과의 뜻을 밝혔지만 독일 올림픽 연맹은 그를 예정보다 일찍 귀국시키기로 결정했다. 연맹은 "인종차별적 발언에 대한 그의 공개적인 사과가 진정성이 있다고 확신한다"면서도 "그는 무례한 행동으로 올림픽의 가치를 훼손했다. 페어플레이와 존중, 관용은 독일 팀에 있어서 협상의 여지가 있는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제사이클연맹도 모스터 코치의 직무를 정지했다.
이와 반대로 인종차별에 반대하는 단체행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와 NBC 등에 따르면 코스타리카의 기계체조 선수인 루시아나 알바라도(18)는 지난 25일 열렸던 여자 마루운동 예선에서 오른쪽 무릎을 바닥에 꿇고 오른쪽 주먹을 하늘로 치켜든 자세로 연기를 마쳤다. 지난해부터 미국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 운동을 상징하는 자세를 연기 속에 포함시킨 것이다. 알바라도는 평등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려고 이러한 자세를 연기했다고 AP통신에 밝히면서 “우리는 모두 아름답고 멋지다”라는 말을 남겼다.
여자축구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타났다. 지난 21일 여자축구 조별리그 E조 1차전 경기에 참여한 영국선수들이 경기를 시작하기 전 제자리에서 한쪽 무릎을 꿇은 것이다. 상대편이었던 칠레 선수들 역시 여기에 동참했다. 1시간 뒤에 열렸던 여자축구 G조 1차전 경기에서도 미국과 스웨덴 선수들이 무릎을 꿇었다. 영국 대표팀의 주장인 스테프 휴턴은 언론 인터뷰에서 “우리는 어떠한 차별에도 맞서 싸우길 원한다”면서 “칠레 선수들이 연대감을 보여줘서 자랑스러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