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EU가 탄소국경세 매기면... 한국 수출 8兆 '타격'

입력
2021.07.29 1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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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미국 탄소국경세 도입하면
"한국 수출 1.1% 감소 가능성"

미국과 유럽연합(EU)이 앞으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탄소국경세를 도입할 경우 우리나라 수출이 연간 71억 달러 감소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우리 돈 8조 원이 넘는 규모다. 정부도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저탄소 경제 전환 계획을 추진 중이지만, 탄소국경세에 대응하기 위한 단기적인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29일 발표한 '주요국 기후변화 대응정책이 우리 수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EU는 탄소배출량에 따라 수입업체에 비용(관세)을 부과하는 탄소국경세를 오는 2023년 도입해 2026년 본격적으로 부과할 예정이다. 미국 역시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탄소국경세 도입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의 분석 결과 EU가 톤(t)당 50달러의 탄소국경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 수출은 연간 0.5%(중윗값 기준·32억 달러) 줄어들었다. 미국도 같은 수준으로 탄소국경세를 매길 경우 수출이 0.6%(39억 달러) 감소했다. 금액으로 따지면 연간 총 71억 달러, 우리 돈 8조1,30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수출 비중이 큰 산업일수록 탄소국경세 도입으로 인한 충격이 컸다. 자동차와 선박 등 운송장비가 0.31%포인트(EU 0.16%포인트, 미국 0.15%포인트)로 부정적 영향이 가장 컸고, 금속제품 0.23%포인트, 화학제품 수출이 0.19%포인트 줄어들 것으로 추산됐다.

대중(對中) 수출 비중이 높은 반도체 등 전기·전자제품 수출도 0.23%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다. 중국은 수출산업 탄소집약도가 큰 탓에 EU 및 미국의 탄소국경세 부과에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국가다. 이 경우 우리나라가 중국으로 수출하는 중간재 수출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탄소국경세가 도입되면 중국의 EU와 미국 수출도 각각 5.7%, 6.8%씩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다만 EU와 미국이 우리나라가 이미 부담해 온 탄소가격을 감안해 탄소국경세를 감면할 경우 우리 수출 감소 폭은 다소 축소될 수도 있다. 탄소국경세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 차원의 대응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를 쓴 김선진 한은 국제무역팀 과장은 "정부는 기업의 탄소저감 노력을 뒷받침할 금융, 세제 지원 방안을 고려하고, 기업은 저탄소 기술 개발 노력 등을 앞당기는 한편 수출 다변화 노력 등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조아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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