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신임 주미대사에 친강(55) 외교부 부부장을 임명했다. 전임자보다 열세 살이나 젊다. 친 신임대사는 중국 힘의 외교를 상징하는 ‘늑대 전사’의 선두주자로 꼽힌다. 특히 미국 전문가가 아닌 시진핑 주석이 총애하는 전문 외교관을 미국에 보낸 것에 비춰 향후 대미 관계에서 공세 수위를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9일 새벽 트위터에 “친강 대사가 무사히 태평양을 건넜다”며 “좋은 일만 있길 바란다”고 적었다. 친강은 전날 미국 뉴욕에 도착했다.
친 신임대사는 1988년 외교부에 입부해 30년 넘게 경력을 쌓은 정통 외교관이다. 주영 대사관 공사와 외교부 정보ㆍ의전국장 등을 지냈다. 2005~2010년에는 외교부 대변인을 맡아 거칠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강렬한 이미지를 남겼다. 현재 유럽지역을 관할하고 있다.
특히 최근 수년 간 시 주석의 해외 순방에 여러 차례 동행했다. 다만 미국 전문가인지는 의문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미국 이슈에 대한 경험이 없는 친 부부장을 주미대사에 기용한 건 뜻밖의 일”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시 주석에 대한 충성도가 발탁 배경이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친강은 중국 외교의 강경 입장을 대변해왔다. 평소 “외국이 우리를 공격할 경우 중국 외교관들은 당연히 일어나 반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2월 ‘중국이 ‘늑대 전사 외교를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증거 없이 중국을 비양심적으로 비방하는 국가와 개인은 ‘악의 늑대’에 지나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3월에는 유럽연합(EU)이 중국 신장위구르 인권 탄압을 이유로 제재카드를 꺼내자 EU 대표단장을 불러 엄중 항의했다.
친 신임대사는 중국 외교부 부부장(차관) 4명 가운데 가장 젊다. 따라서 당초 후보군에서 다소 밀렸지만 미중 관계가 악화하면서 유력하게 부상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은 지난 3월 미국과의 고위급회담에서 설전을 벌인데 이어 4개월 만에 재개된 26일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과 회담에서도 “중국을 악마화하지 말라”며 거칠게 몰아붙였다. 구쑤 난징대 정치학과 교수는 “친 신임대사 지명은 나이와 서열, 전문성 등 그간 고려돼온 인사 관계를 벗어난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주미대사의 공백을 신속하게 메운 만큼 대미 관계의 악화를 막기 위한 제스처를 보낸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전임 추이텐카이 대사가 물러난지 한 달 만에 친 신임대사가 미국에 도착했기 때문이다. 반면 미국은 주중대사 자리를 반 년째 비워놓고 있다. 중국 환구시보는 “친 신임대사의 최우선 과제는 미국의 방향 전환을 요구하면서 양국 간 이견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