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90% 장악, 가격 담합"… 콘크리트 말뚝 회사 24곳 1000억 과징금

입력
2021.07.26 16:15
민간 시장에서 조직적 가격담합
기준가격도 4차례 인상
지난해 정부기관 입찰에서도 담합 적발돼

아파트 건설 시 연약 지반 보강 공사에 쓰는 콘크리트 파일(말뚝)의 제조·판매사 24곳이 가격을 담합해오다 적발돼 1,018억 원의 과징금을 물게 됐다. 국내 시장을 90% 넘게 점유한 이들은 생산량을 줄여 콘크리트 파일 가격 하락을 막거나, 순번을 정해 건설사 구매 입찰에 나서는 등 조직적으로 입을 맞춘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약 9년 동안 콘크리트 파일의 생산량과 가격 등을 담합한 24개 콘크리트 파일 제조·판매사에게 시정명령과 함께 1,018억3,7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26일 밝혔다.

그 중 △삼일씨엔에스 261억1,500만 원△아이에스동서 178억3,200만 원 △케이씨씨글라스 88억9,300만 원 등 합계 시장점유율이 60%가 넘는 6개 대·중견기업에 과징금이 주로 부과됐다. 국내 콘크리트 파일 시장은 7,870억 원 규모(2017년 기준)로, 담합 기간 동안 24개 회사의 시장점유율은 91.3~95.4%에 달했다.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이들은 2008년 철근·시멘트 등 원자재 가격 급등과 업체 간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자 그해 4월부터 2017년 11월까지 조직적으로 가격 담합에 나섰다. 2008년 4월부터 2014년 9월까지 대기업-중소기업 간 대표자협의회에서 입을 맞춘 내용은 임원협의회와 실무자협의회를 거쳐 실행됐다.

대기업-중견기업 간 협의회와 중소기업 협의회가 분리된 2014년 10월부터 2017년 11월까지는 대기업-중견기업 임원협의회에서 먼저 합의한 가격담합을 중소기업 협의회에 협조 요청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이 같은 공조 체제를 통해 이들은 콘크리트 파일의 판매가격을 책정하는 핵심요소인 기준가격을 4차례나 인상했다. 생산·출하량 등 정보를 교환, 재고량이 적정 수준을 웃돌 것으로 판단되면 공장 가동시간을 줄여 콘크리트 파일 가격 하락을 막았다. 또한 저가수주경쟁을 피하기 위해 민간 건설사가 실시한 콘크리트 파일 구매 입찰에서 순번을 정해 합의한 기준가격에 따라 투찰에 나서기도 했다.

공정위는 “콘크리트 파일처럼 전·후방 산업에 큰 영향을 미치는 중간재의 가격담합 행위에 대해 엄중 대응해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삼일씨엔에스 등 23개 회사는 2010~2016년 조달청 등 정부 기관이 실시한 콘크리트 파일 구매 입찰에서도 담합한 사실이 발견돼 504억8,500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 받았다.

세종= 변태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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