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4차 대유행에 올 하반기 실적 회복을 기대했던 단체급식 업체들은 맥이 풀렸다. 교육부의 2학기 전면 등교 방침이 불투명해지면서 시장 정상화에 대한 희망도 꺾이고 있다. 급식업계 관계자는 "외식 사업은 배달·포장으로 돌리는 대안이라도 있다지만 급식은 도통 손쓸 방법이 없다"며 답답해했다. 지난해 CJ프레시웨이는 영업손실 35억 원으로 적자전환했고, 신세계푸드와 현대그린푸드도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각각 65%, 12.6% 감소했다.
하지만 낙심하기엔 이른 측면도 있다. 속수무책 타격을 입었던 지난해와 달리 이번엔 업계가 발 빠르게 자구책을 찾아 나섰다. 급식업체들은 중·장기적인 목표를 세우고 급식 사업의 비중을 줄여나가며 사업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에 돌입했다.
23일 급식업계에 따르면 기존 급식 사업을 포장 판매로 전환하는 게 업체들의 공통적인 추세다. 테이크아웃 수요에 맞춰 구내식당에 간편식을 판매하는 전용 코너를 만들거나, '혼밥' 하는 직장인을 위한 메뉴를 개발하는 식이다.
신세계푸드는 샌드위치로 시작해 최근엔 햄버거, 조각과일, 김밥 등 테이크아웃 메뉴를 100여 종까지 늘렸다. 1분기 구내식당 테이크아웃 간편식 이용률도 전년 대비 31% 증가했다.
CJ프레시웨이는 시니어·키즈 식자재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요양시설 위탁급식과 함께 재가노인을 위한 식사 배달 서비스망 구축도 준비 중이다. 키즈 식자재 사업에서는 영·유아와 부모, 교육시설 교직원 등 고객층을 세분화해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방침이다. CJ프레시웨이 관계자는 "키즈·시니어 사업은 일반 단체급식과 비교해 수익성이 높다"며 "1분기 키즈와 시니어 부문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6%, 16% 늘어 성장 가능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아예 가정용 시장에 눈을 돌리기도 한다. 현대그린푸드는 건강식단을 제안하고 관련 식품을 판매하는 케어푸드 브랜드 '그리팅' 사업을 강화 중이다. 비대면 쇼핑 트렌드에 맞춰 전용 온라인몰인 '그리팅몰'에서 할인 기획전도 확대한다. 신세계푸드는 '올반 옛날통닭' 등 가정간편식(HMR) 마케팅에 힘을 주고 있다. 신세계푸드 관계자는 "급식시장이 장기간 회복되기 어려울 것이라 보고 관련 사업을 축소하고 있다"며 "HMR와 노브랜드 버거 사업을 강화하며 사업구조를 전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골프장이 급식업체에 기회의 땅으로 부상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골프족이 늘면서 클럽하우스 식당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물밑 경쟁이 치열해졌다. 골프장 내 식당을 43개 운영 중인 삼성웰스토리는 올해 8개 식당 위탁운영권을 추가로 따냈다. 아워홈은 올 상반기에만 6개 식당 운영권을 확보해 점포 수가 18개로 늘었다. 아워홈 관계자는 "아직 점포 수가 적은 편이라 경쟁력 확보를 위해 올 하반기에도 최대한 많은 운영권을 확보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무엇보다 새롭게 유입된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 ’골린이‘(골프+어린이)를 겨냥한 마케팅이 돋보인다. 아워홈은 최근 골프 은어에서 착안한 ‘벙커전’ 해물파전을, 신세계푸드는 지난 3월 골프공 모양의 '안전빵'을 골프장 전용 이색 메뉴로 출시했다. 안전빵은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개한 후 일평균 50개가 팔리고 있다. 지금까지 누적판매량은 3,900여 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