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가능. 28일 개봉하는 한국 영화 ‘방법: 재차의’를 보면 이 수식이 떠오른다. 과정도 결론도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 소재는 신선하다. 시체가 움직인다. 누군가의 조종에 따라 내달리고, 폭력을 휘두르는 초자연적 존재 ‘재차의’가 흥미롭다.
영화는 지난해 화제를 모은 tvN 드라마 ‘방법’의 뒷이야기다. 드라마는 어떤 이의 한자 이름과 사진, 소지품만 있으면 저주를 내려 죽음에 이르게 할 수 있는 방법사 소녀 백소진(정지소)과 정의감 넘치는 사회부 기자 임진희(엄지원)가 거대 악에 맞서 활약하는 과정을 그렸다. 저주로 사회악을 처단하는 과정이 흥미와 쾌감을 선사했다. 영화는 백소진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임진희가 독립 언론사를 차린 이후 사연을 담았다. ‘부산행’(2016)과 ‘반도’(2020) 등의 연상호 감독이 드라마에 이어 각본을 썼고, 김용완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영화는 알 수 없는 살인사건으로 시작한다. 살인자는 현장에서 피해자와 함께 시체로 발견되는데 믿기 어려운 사실이 밝혀진다. 살인자는 이미 3개월 전 숨진 사람이다. 라디오방송에 출연한 임진희에게 알 수 없는 사람이 전화를 걸어 사건 내막을 안다며 인터뷰를 요청한다. 임진희는 회사 직원들과 온라인 생방송을 준비하는데, 인터뷰를 자처한 사람은 한 제약사 임원이 살해될 거라고 예고한다. 임진희 일행은 사건을 조사하다가 거대 제약사와 연계돼 있음을 알게 된다. 살인사건의 배우를 쫓는 한편 제약사의 음모 역시 파헤친다. 그 과정에서 재차의라는 존재와 맞닥뜨리고 위기에 처한다.
주인공은 임진희와 백소진이지만 영화의 주요 볼거리는 재차의다. 고서 '용재총화'에 나오는 전통 요괴 재차의에 인도네시아 흑마술을 포개 새로운 괴생물체를 만들어냈다. 그들은 누군가의 의지에 따라 아무런 두려움 없이 임무를 수행한다. 동일한 후드티를 입고 목표물을 향해 거침없이 내달린다. 자살공격대를 보는 듯하다. 좀비와 닮은꼴 같지만 다르다. 어기적거리지 않아 더 위협적이다. 퇴치 방법도 알 수 없다. 총에 맞으면 잠시 주춤거릴 뿐이다. 재차의가 집단으로 몰려다니며 만들어내는 액션과 공포가 영화 속 서스펜스 8할을 담당한다.
이야기 전개는 상투적이다. 임진희 일행은 손쉽게 정보를 얻어내고, 악의 실체를 금방 알아챈다. 제약사 상속자로 자신밖에 모르는 변미영(오윤아)은 평면적인 악당이다. 아무렇지 않게 악행을 저지르며 악어의 눈물을 곧잘 흘린다. 선과 악의 경계가 명확하고, 권선징악 메시지가 뚜렷하니 이야기의 긴장감은 약하다.
21일 오후 화상 기자간담회로 만난 연상호 감독은 “백소진의 멋진 복귀를 생각하다 이야기를 구상하게 됐다”고 했다. 그는 “드라마 ‘방법’을 준비하며 사전 조사를 많이 했고 그 과정에서 재차의와 인도네시아 흑마술을 알게 됐다”며 “역동적인 액션 장면이 들어가는 이야기라 드라마보다 영화화를 택했다”고 덧붙였다. ‘방법: 재차의’는 드라마 ‘방법’의 시즌2를 위한 징검다리인 셈이다.
연 감독은 “시즌2에 대한 기본 구상을 제작사(클라이맥스 스튜디오), 채널(tvN)과 공유 중”이라며 “드라마 ‘방법’으로 구축한 세계관이 영화와 애니메이션, 웹툰 등 다양한 방식과 이야기로 표현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속 임진희의 책에서 비롯된 스핀오프 ‘괴이’가 장건재(‘한여름의 판타지아’ 등) 감독 연출로 다음 달 촬영에 들어간다”며 “‘괴이’는 CJ ENM 자회사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티빙에서 내년 상반기 공개될 예정이라고도 했다.
‘방법: 재차의’는 연 감독은 작가로만 참여했지만 연 감독의 자장이 강한 영화다. 재차의는 ‘부산행’과 ‘서울역’(2016), ‘반도’ 등 좀비물을 잇달아 선보였던 연 감독의 연출 이력을 떠올리게 한다. 연 감독은 “사람들이 주체적으로 살아간다고 생각하지만 거대한 이데올로기 속에서 움직이는 것에 불과하다고 본다”며 “나는 정말 주체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인가, 누군가 우리를 조종한다면 그건 무엇인가라는 호기심이 제 가장 큰 관심”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