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의 일본 방문이 무산된 다음날인 20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외교차관 회담에서 양국 외교차관은 문 대통령의 방일 무산에도 불구하고 향후 현안 해결을 위해 계속 소통하고 노력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과거사 문제 등 현안와 관련해서는 양국이 각자의 입장을 내세우며 팽팽한 신경전을 벌였다.
최종건 외교부 1차관과 모리 다케오 일본 외무성 사무차관은 이날 오후 외무성 이쿠라공관에서 제8차 외교차관회담을 가졌다. 외교부에 따르면 먼저 최 차관이 도쿄올림픽 개막을 축하하고 모리 차관은 사의를 표했다. 또 문 대통령의 방일이 무산되긴 했지만 그 과정에서 오고 간 실무협상을 바탕으로 향후 현안 해결을 위해 노력하자고 합의했다.
이어 두 차관은 한일 간 주요 현안과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최 차관은 최근 논란이 된 소마 히로히사 주한 일본대사관 총괄공사의 부적절한 발언에 대해 항의하고 일본 측이 조속한 시일 내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고 외교부는 전했다.
과거사 문제와 관련해 최 차관은 과거사 문제와 관련 "피해자의 이해와 공감을 얻는 것이 문제 해결의 밑거름"이라고 설명하면서 "일본 측도 올바른 역사인식을 바탕으로 열린 자세로 임해주기를 기대한다"고 우리 입장을 밝혔다. 반면 모리 차관은 "일본군 위안부 및 강제징용 소송 판결이 국제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한국 측에 시정조치를 취하라"고 요구하며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보도했다.
아울러 두 차관은 고위급 인사교류와 한미일 3국 협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아래 양국 국민의 편익 증진을 위한 실질적인 협력 방안 및 한반도 문제 등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외교부는 밝혔다. 또한 앞으로 한일차관 전략대화 재개 가능성 등을 포함해 외교당국 간 긴밀히 소통해 나가기로 의견을 같이 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과 요미우리신문 등 일본 언론 역시 두 사람이 문 대통령의 방일 무산에도 불구하고 ‘양국 외교 당국 간 대화를 계속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지만 현안에 대해서는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했다는 취지로 전했다.
앞서 최 차관과 모리 차관은 이날 회담 전 기념사진을 촬영하면서 냉랭한 한일 관계를 의식한 듯 팔꿈치 인사조차 나누지 않았다. 반면 웬디 셔먼 미국 국무부 부장관과 모리 차관의 양자 회담에서는 두 사람이 웃는 모습으로 팔꿈치 인사를 나눴다.
최 차관은 21일에는 도쿄에서 셔먼 부장관과 함께 ‘제8차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에도 참석한다. 한미일 협의에서는 북한 문제는 물론 기후 변화와 코로나19 대응 등에 대한 협력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다.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는 2017년 10월 이후 약 4년 만에 열리게 된다. 최 차관은 23일에는 서울에서 셔먼 부장관과 제9차 한미 외교차관 전략대화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