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평평해진 대선 운동장... '어차피 대선은 야당' 뒤집혔다

입력
2021.07.21 04:30
4면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약 8개월 앞두고 '대선 운동장'이 다시 평평해졌다.

4·7 서울·부산시장 재·보궐선거에서 압승한 국민의힘이 대선에서도 상당한 우위를 점할 거라는 관측이 많았다.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 논란 등이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민심에 불을 질렀기 때문이다. 재보선 직후 더불어민주당에선 ‘어대야(어차피 대선은 야당)’라는 자조가 흘러나오기도 했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상황은 달라졌다. ①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40%대를 회복했고 ②범여권 대선 후보 지지율 합계는 범야권 후보 지지율 합계를 다시 앞질렀으며 ③정권교체 여론은 강도가 희석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20일 “보수진영 쪽으로 기울었던 운동장이 다시 평평해졌다”며 “야권 대선주자들이 비전을 보여주지 못하고 ‘반문재인 정서’에만 기댄 결과”라고 분석했다.

文대통령 지지율 오르고, ‘정권교체’ 여론은 주춤

최근 여론조사에서 여권의 회복세는 뚜렷하다. 리얼미터ㆍ오마이뉴스의 12, 13일 조사에 따르면, 범여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율 합계는 50.9%이고, 범야권 주자들의 합계는 44.3%였다. 범여권 합계는 지난달 같은 조사보다 8.5%포인트 오른 반면 범야권 합계는 5.2%포인트 감소한 결과다. 재보선 직전인 3월 22, 26일 조사에서 범야권 대선주자 지지율 합계는 51.7%로, 범여권 합계(41.3%)를 10%포인트 이상 앞서 있었다.

문 대통령 지지율도 상승세다. 한국리서치·엠브레인퍼블릭 등 4개 여론조사 업체가 12~14일 실시한 전국지표조사(NBS)에 따르면,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잘하고 있다’고 평가한 비율(지지율)은 45%였다. 재보선 직후인 4월 2주차(12, 13일) 조사에서 35%로 내려앉았다가 안정적인 40%대를 회복한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이 임기 말 권력형 비리 의혹 등으로 지지율이 10~20%대까지 떨어지며 레임덕에 시달린 것과 다른 모습이다.

정권교체 여론도 식고 있다. SBSㆍ넥스트리서치의 3월 말 조사 당시 차기 대선에서 ‘정권 재창출이 필요하다’는 응답은 35.2%, ‘야당으로 정권이 교체돼야 한다’는 53.9%로, 격차는 18.7%포인트였다. 이달 12, 13일 같은 조사에서 '정권재창출'과 '정권교체'를 꼽은 답변은 각각 40.4%, 51.1%로, 격차가 10.7%포인트까지 좁혀졌다. 17, 18일 MBCㆍ코리아리서치 조사에서는 ‘차기 대선에서 어느 진영 후보가 당선돼야 하느냐’는 질문에 '여권'(42.6%)과 '야권('44.8%)을 꼽은 응답이 오차범위(±3.1%포인트) 안에서 맞붙어 있었다.


‘반문’ 반사이익에만 기대는 野

여권이 상승세를 타는 배경은 복합적이다. 우선 재보선 이후 당ㆍ청의 중도층 공략 전략이 효과를 내고 있다. 문 대통령은 ‘비문’인 김부겸 국무총리와 이철희 정무수석을 발탁했고, 검찰개혁에도 거리를 두고 있다. 송영길 민주당 대표도 ‘조국 사태’를 공식 사과했고, 부동산 투기 의혹을 받는 소속 의원 12명에게 탈당을 권고하는 등 '민심 우선 행보'를 펼치고 있다.

정한울 한국리서치 전문연구위원은 “여권이 부동산 문제, 검찰개혁 같은 이념 문제에서 벗어나 코로나 등 민생 분야로 중심을 옮겼다”며 “현 정부의 실정에서 반사이익을 얻어온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지지율이 힘을 받을 수 없는 구조"라고 했다.

게다가 윤 전 총장은 지난달 29일 대선 출마선언 이후 3주 동안 뚜렷한 국정 비전과 능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권 관계자는 “민주당 경선이 ‘이재명ㆍ이낙연’ 2강 구도로 재편되고 흥행면서 윤 전 총장에 실망한 중도층이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 쪽으로 가고 있다”고 했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소장은 “재보선 당시 여론조사에서 자신의 정치성향을 '진보'라고 답한 비율이 20% 중반까지 하락했다 최근 30%대로 올랐다”며 “그간 정부ㆍ여당에 실망해 숨어있던 진보층이 다시 결집하고 있다”고 했다.


민주당에서는 낙관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당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임기 4년차 지지율이 30%를 넘은 건 이명박ㆍ김대중 정부뿐인데, 모두 정권재창출에 성공했다”고 자신했다. 정한울 전문위원은 “재보선 이후 야권에 유리하게 재편됐던 대선 지형이 다시 여야 균형 상태로 복구됐다”며 “야권 유력 후보인 윤 전 총장이나 최재형 전 감사원장이 자신들이 왜 대통령이 돼야 하는지, 국정 비전은 무엇인지 하루빨리 답해야 한다”고 했다.

박준석 기자
신은별 기자
홍인택 기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