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은행 '1인 지점장 실험 1년'... 지점 대체효과 '청신호'

입력
2021.07.22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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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GB대구은행 지난해 8월 1인지점장 7명 전국 발령
신규 대출 3,435억, 여신 400억 '작은 지점보다 낫다'
5년 만에 대구은행 지점 18개, ATM 349개 감소

DGB대구은행 수도권본부 소속 이창옥(45) 1인지점장은 지난 13일 광주에 본사를 둔 B회사에 100억 원 대출 승인을 본사 여신협의회로부터 받았다. 5월 말 기업 분석, 지난달 4일 서울 구로공단에서 첫 만남을 가진 후 대출로 연결한 것이다.

이 지점장은 "일반 지점은 기존 거래 연장, 추가 여신 등 관리 업무가 많지만 1인지점은 고객의 요구사항을 빨리 파악해 신규 대출 유치가 주업무"라며 "기업이 많은 수도권인 데다 경험도 있어 실적이 잘 나오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월부터 경기 성남의 경기금융센터 3층의 1인지점장 사무실로 출근하는 그는 올들어 10여 개 업체에 1,000억 원 수준의 여신 실적을 올렸다.

대구은행이 1년 가까이 1인지점장 제도를 운영하면서 날로 사라지는 지점 대체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1인지점은 기존 지점관리업무에 얽매이지 않고 나홀로 신규 여신을 개척하는 최일선 영업현장이다.

22일 대구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8월 도입된 1인지점장제의 신규 대출실적은 이달 현재 3,435억 원을 기록했다. 수십 년 된 소규모 지점도 한 해 기업 여신이 400억 원 정도인 점을 감안하면 성과가 눈에 띈다. 차장 및 부부장급인 이들은 대구와 경기 성남, 경북 구미, 포항, 부산에 혼자 근무하면서 중소기업 여신업무를 주로 처리하고 있다. 은행은 이들에게 각각 SUV차량을 제공, 현장영업을 지원하고 있다.

이 지점장은 "기업 분석 후 자금 담당자와 전화를 해서 '긍정적' 신호가 잡히면 사업장을 찾아가 업무를 진행하기 때문에 출퇴근 개념이 없다"며 "전화 10통 중 1, 2통에서만 관심을 보이기 때문에 첫 전화 걸 때가 가장 긴장된다"고 말했다.

1인지점장의 부상은 은행지점의 퇴락과 궤를 같이한다. 대구은행 점포는 2015년 말 255개에서 5년 만인 지난해 237개로 18개 감소했다. 자동화기기(ATM)도 같은 기간 2,086개에서 1,737개로 349개나 줄어들었다. 반면, 2019년 9월 등장한 모바일앱 'IM뱅크' 가입자는 110만 명에 이르고, 비대면 금융상품 판매율도 40% 넘게 증가했다.

진영수 대구은행 전략기획부장은 "은행 경영의 60%를 차지하는 지점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줄면서 핀셋 마케팅을 하는 1인지점장 역할에 기대가 크다"며 "급변하는 시대에 발맞춰 현장 상담 즉시 약정서를 작성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대구= 전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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