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남산 소월길에서 심야 난폭운전을 한 23명이 입건됐다. 이 도로는 야간 과속운전에 따른 사고와 소음 신고가 빈번한 곳으로, 경찰은 지난 3개월간 대대적 단속을 진행했다.
서울 용산경찰서는 소월길에서 과속·난폭운전을 한 차량 1,000여 대를 단속하고 운전자 23명을 입건했다고 20일 밝혔다. 입건자 중 18명은 검찰로 송치됐고, 5명에 대해선 마무리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심야시간에 고급 외제차나 튜닝 차량을 이용해 위험 운전을 하면서 보행자 안전을 위협하고 소음 피해를 유발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경찰에 따르면 소월길은 도로가 좌우로 굽어 교통사고 위험이 크다. 그러나 수년 전부터 일부 운전자들이 늦은 밤 급커브 구간에서 스피드를 즐기고 차량 성능을 과시하려는 목적으로 이곳을 찾았고, 주민들은 불안감과 소음 공해에 시달려야 했다. 실제로 지난해 이곳에선 소음 피해 등 112 신고가 매주 평균 70여 건 접수됐다. 사고도 잦아 최근 3년간 중상(전치 3주 이상) 교통사고가 21건 발생해 32명이 다쳤다. 대부분 차량 운전자나 동승자가 부상을 입었지만, 행인이 다치는 경우도 있었다. 일례로 2019년 3월 보행자 2명이 시속 107㎞로 내달리던 차량 2대에 치여 각각 전치 16주와 12주 진단을 받았다.
이에 경찰은 지난 4월부터 이동식 과속단속카메라나 잠복을 통한 현장 채증으로 난폭운전을 단속해왔다. 이 과정에서 일부 난폭운전자들은 단속을 피해 주행 시간을 옮기기도 했다. 경찰 관계자는 "초반엔 오후 11시부터 오전 2시 사이에 주행이 집중되는 경향을 보였는데, 단속이 강화되자 오전 3~4시 또는 오후 10시 전후 등으로 주행 시간이 바뀌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번 단속으로 심야시간대 난폭운전 및 소음 피해 관련 신고 건수가 90% 이상 급감하는 효과를 거뒀다고 밝혔다. 특히 단속 기간에 교통사고는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 다만 경찰은 단속에 애로가 없지는 않다는 입장이다. 경찰 관계자는 "차량소음기를 개조하거나 정차 상태에서 공회전이나 급출발을 해 소음을 발생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대부분 구조변경 승인을 받은 데다 배기소음 기준(100~105㏈)도 높은 편이라 처벌이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난폭운전자들이 주행 지역을 옮기는 '풍선효과'가 발생할지도 예의 주시하고 있다.
경찰은 앞으로도 남산 도로 심야 단속을 강화할 계획이다. 경찰 관계자는 "본격적 무더위와 열대야가 시작된 만큼 남산 일대 주민들이 더 큰 소음 피해를 보지 않도록 단속을 강화할 것"이라며 "용산구청과 협의해 소월길 곳곳에 고정식 과속 단속카메라도 설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