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내년 초부터 '임신한 남자' 혹은 '임신한 사람' 형태의 이모지(그림 이모티콘)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K팝 팬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되는 '손가락 하트' 모양 손 이모지도 업데이트 대기 중이다.
이모지피디아에 따르면 17일 '월드 이모지 데이'에 공개된 '유니코드 14.0' 업데이트에 포함될 신규 이모지 후보군에 '임신한 남성'과 '임신한 사람'이 포함됐다. 이는 트렌스젠더 남성과 간성인 등 논바이너리(남성과 여성을 구별하는 기준에서 벗어난 사람)가 임신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제작된 이모지다.
서구 언론은 '임신한 남자'에 크게 주목해 이를 보도했지만, 이는 이모지를 선정하는 유니코드 기술위원회(UTC) 산하 이모지 소위원회의 지속적인 업데이트 방침에 따른 것이다.
유니코드 기술위원회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저마다 달리 사용되던 그림 이모티콘의 표준화를 담당하고 있다. 예를 들어 특정한 이모지가 '아이폰에는 있는데 안드로이드에선 나오지 않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존재하는 그룹이다.
이들은 이모지에서 인종과 성차별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방침을 세워 왔다. 성 중립적이고 인종적으로도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 이모지를 '표준 이모지'로 택하고, 기존에 사용되던 남성과 여성의 전형적인 외모를 담은 이모지는 부속 옵션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이번에 추가된 신규 이모지 후보 '왕관 쓴 사람'은 기존의 '왕자', '공주'와 달리 전형적인 성별 외모로 구분되지 않는 사람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기술위원회는 가능하면 기존에 많이 사용되는 이모지를 건드리지 않고, 이에 대응하는 '중립적' 이모지를 추가하는 방식을 채택해 신규 이모지를 만들고 있다.
한편 이모지 후보 중에는 '엄지와 검지를 엇갈리게 표현하는 손 이모티콘'도 등장했다.
K팝 팬들 사이에서 자주 사용되는 '손가락 하트'를 염두에 둔 이모지로, 서구에선 돈을 세는 손짓이기도 하다. 또 '입을 가린 이모티콘'이 일부 플랫폼에선 웃는 눈초리로 출력되는 데서 발생하는 혼란을 조정하기 위해 '눈 뜨고 입 가린 이모지'를 추가했다.
추가 이모지는 최종적으로 9월에 유니코드 컨소시엄을 거쳐 승인되므로 현재 이모지 후보들이 실제 업데이트에 포함될지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만약 9월에 승인될 경우 새 이모티콘은 올해 말 구글 픽셀을 시작으로 내년 초 애플 iOS와 삼성 갤럭시,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 대부분의 플랫폼에서 사용 가능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