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마지막 올림픽 무대에 서게 된 남자 체조간판 양학선(29)과 생애 첫 출전에 나서는 여서정(19)이 19일 일본 도쿄에 도착했다. 2020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대표팀 본진에 합류한 두 선수는 “메달도 좋지만, 무엇보다 안전을 우선시하겠다”며 “가진 기량을 모두 발휘하고, 무대를 즐기겠다”고 했다.
자신의 이름을 딴 고유기술을 국제체조연맹(FIG) 기술집에 등록한 양학선과 여서정은 이날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출국장에서 본보와 만나 “내 기술을 유감없이 발휘하고 싶다”고 했다. 취재진과 일정 거리를 두고 가진 짧은 만남에서도 두 선수 모습에선 비장함이나 긴장감보다는 올림픽 무대에 대한 기대감이 묻어났다. 체조대표팀 내 최고참인 양학선은 자신보다 열 살 이상 어린 올림픽 무대 첫 도전자 여서정은 물론 막내 이윤서(18) 등 후배들에게 스스럼없이 농담을 건네며 긴장감을 덜어줬다.
양학선으로선 이번 기회가 누구보다 소중하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한국 체조 역사상 처음 도마 종목에서 금메달을 따며 ‘도마의 신’이란 별명까지 얻었지만, 탄탄대로를 걸을 거란 예상과 달리 아킬레스건과 햄스트링 부상을 겪으며 2016 리우올림픽엔 출전조차 하지 못했다. 이번 대회도 당초 출전이 불투명했다. 지난달 대표 선발전에서 햄스트링 부상으로 기술을 제대로 선보이지 못한 탓이다. 대한체조협회는 그런 양학선을 ‘조건부 대표’로 선발하고, 지난 8일까지 양학선의 주무기인 ‘양1’ 기술을 정상적으로 구사할 경우 도쿄에 데려가기로 했고, 양학선은 다행히 부상에서 회복해 올림픽에 나설 수 있게 됐다.
9년 만에 올림픽 무대를 향하게 된 그는 “단복을 차려 입고 공항에 오니 ‘진짜 출발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설레고 기대된다”며 웃었다. 우여곡절 많았던 과정에 대해선 “이번 대회가 내 마지막 국제대회라는 각오로 준비했다”며 “도마 예선을 1위로 통과해 결선에서도 1위를 하는 게 목표”라고 당당히 밝혔다. 2017년과 2019년 세계선수권대회 도마 예선 1위는 양학선의 차지였다.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뒤 “아버지가 못 딴 금메달을 꼭 따서 아버지 목에 걸어드리고 싶다”고 했던 여서정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일단 미국 여자 체조 간판 시몬 바일스(24)를 넘어야 한다. 쉽지 않은 도전이지만,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의 완성도와 성공률을 높인다면 메달 가능성도 있다는 평가다.
아버지의 한을 대신 풀어주겠단 효녀에게 정작 ‘국가대표 선배’이기도 한 아버지 여홍철(50) 경희대 교수는 “너무 긴장하지 말고, 즐기고 오라”고 했단다. 여서정은 “처음 가는 올림픽이 많이 떨리고 긴장도 되는 건 사실”이라면서 “코로나19로 대회가 1년 미뤄져 힘들었지만, 힘들게 훈련한 만큼 도쿄에서 내 기량을 모두 펼치는 게 가장 큰 목표”라고 했다.
이정식 기계체조 국가대표 감독 역시 “메달, 메달 하며 매달리기보다는 본인의 기술을 후회 없이 발휘하고 오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선수들 실력이 출중하다는 점은 인정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라며 “일단 예선 통과를 목표로 두고, 결선에서는 자신이 연습한 결과를 아쉬움 없이 이뤄내길 바란다”고 했다.
이날 도쿄엔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장인화 선수단장을 포함한 본부 인원 28명을 비롯해 양궁 대표팀 11명, 자전거 2명, 펜싱 8명, 체조 10명, 탁구 9명, 승마 1명까지 총 69명이 도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