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도쿄올림픽 개막식 참석이 거론되는 상황을 두고 “일본의 장단에 춤을 추는 격”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문 대통령의 방일을 통해 한일관계가 개선될 경우 북한의 전략적 입지 약화를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 대외용 주간지 통일신보는 17일 “남한 당국자의 도쿄올림픽 경기대회 개막식 참가 문제를 놓고 비난 여론이 고조되고 있다”면서 “남조선 당국자의 개막식 참가가 대회의 인기를 올려보려고 애를 쓰는 일본의 교활한 장단에 춤을 추는 격이 될 것이라는 게 각계의 평가”라고 주장했다. ‘남측 반응’을 전달하는 형식을 취했지만 사실상 문 대통령의 방일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는 상황을 에둘러 비판한 셈이다. 문 대통령의 개막식 참석을 계기로 한일정상회담이 성사되면 한미일 3국 협력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고, 그만큼 북한의 ‘숨통’은 좁아질 가능성이 크다.
북한이 일찌감치 ‘보이콧’을 선언한 도쿄올림픽에 계속 날을 세우는 것도 정치적 득실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북한은 앞서 4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선수단 보호를 명목으로 도쿄올림픽 불참을 결정했다. 북한 올림픽위원회(NOC)는 이날 대변인 명의 담화에서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홈페이지에 독도를 ‘다케시마(竹島)’로 표시한 것을 겨냥해 “이런 행위는 평화를 염원하는 전 세계 체육인들과 인류를 우롱하는 일이며, 우리 민족의 자주권을 유린하는 용납 못할 도발”이라고 맹비난했다. 일본은 올림픽 와중에도 독도 영유권 주장을 지속하고 있는데, 남측 대통령의 방일이 이슈가 되는 자체가 ‘민족자주권’ 측면에서 가당치 않다는 논리다.
정대진 아주대 통일연구소 교수는 “북한은 한국의 ‘대일 저자세’ 외교를 부각하며 도쿄올림픽 불참에 대한 명분과 정당성을 강화하고 있다”며 “한미일 협력이 강화돼도 이런 ‘도덕적 우위’를 내세워 대북 적대시 정책 선철회 조건을 꺾지 않겠다는 의지도 함께 드러낸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