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현(33ㆍ세인트루이스)이 후반기 첫 등판에서도 쾌조의 컨디션을 이어가며 시즌 5승째(5패)를 따냈다. 21이닝째 무실점이다. 특히 팀 승률 리그 전체 1위팀 샌프란시스코의 '원투 펀치'를 상대로 모두 승리한 것이어서 의미를 더했다.
김광현은 18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샌프란시스코와 홈 경기에서 선발 등판, 6이닝 동안 85개의 공을 던지며 무실점(3피안타 2볼넷)으로 역투해 3-1 승리를 이끌었다. 평균자책점도 종전 3.11에서 2.87로 낮췄다. 마무리 알렉스 레예스가 9회초 무사 1ㆍ2루 위기에 몰렸지만 실점없이 아웃카운트 3개를 잡으며 김광현의 승리를 지켰다. 타선에선 타일러 오닐이 2회 선제 솔로 홈런을 쳤고, 6회엔 폴 골드슈미트가 우중월 2점 홈런을 날리며 팀의 3점을 책임졌다.
이날 경기로 김광현은 지난 1일 애리조나전 4회부터 21이닝 연속 무실점 역투를 이어가며 빅리그에서 가장 '핫한' 투수 중 한 명으로 떠올랐다. 올해 세인트루이스 투수 가운데 최장 기록이며, 한국인 메이저리거 박찬호(은퇴ㆍ33이닝) 류현진(토론토ㆍ32이닝)의 기록에도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94타자 연속 장타를 내주지 않은 점도 눈에 띈다.
샌프란시스코는 메이저리그 승률 1위(0.644·58승 32패)지만 김광현 앞에서 힘을 쓰지 못했다. 김광현은 특히 샌프란시스코 1, 2선발인 케빈 가우스먼, 앤서니 데스클라파니와의 선발 매치업을 차례로 이겨냈다. 김광현은 지난 6일 샌프란시스코 원정 경기에서 7이닝 무실점(3피안타 2볼넷)으로 호투하며 승리를 따냈는데 당시 가우스먼(7이닝 2실점)은 6회까지 노히트 행진을 펼치다 7회 무너지면서 패전 투수가 됐다. 이날 선발 데스클라파니도 직전 경기까지 10승 3패에 평균자책점 2.68로 강력했지만, 6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에 성공하고도 시즌 4패째를 안았다.
마이크 쉴트 감독은 경기 후 “지난 경기는 체인지업이 조금 더 많았고 오늘은 슬라이더가 많았다”면서 “오늘도 두 구종 모두 효과적으로 사용했는데 특히 슬라이더의 수준이 높았다”라고 평가했다. 김광현의 최근 활약에 대해서도 “김광현이 보여주는 꾸준함과 효율성은 매우 중요하다. 선발진을 안정시키고 있다”라고 칭찬했다.
김광현은 화상 인터뷰에서 최근 좋은 컨디션에 대해 “일단 공이 낮게 잘 들어간다. 그래서 장타 없이 범타를 유도하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경기와 비슷한 공 배합으로 하되, 타순이 한 바퀴 돈 다음 배합을 바꾸기로 했다”면서 “상대 타자들이 공격적이라 유인구를 많이 던졌다”라고 설명했다. 올 시즌을 끝으로 세인트루이스와 2년 계약이 끝나는 그는 “난 세인트루이스 구단과 팬들을 좋아한다. 이 팀에서 계속 뛰었으면 좋겠다”라고 희망했다.
이날은 김광현의 아내와 두 자녀 등 가족들이 처음 부시스타디움을 찾아 관전했는데 전광판을 통해 소개되며 관중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김광현은 “(나보단) 아이들에게 더 의미 있고 좋은 추억이 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어 “사흘 전부터 어머니께서 해 주신 집밥을 먹고 있는데 역시 집밥을 먹어야 힘을 쓰는 것 같다”면서 “그동안 집에서 직접 한식을 만들어 먹었는데 그건 한식이 아니었다는 걸 새삼 깨닫게 됐다”라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