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나란히 국회에 출석해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동시에 밝혔다. 재정, 통화정책을 이끄는 두 경제 수장이 재난지원금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정치권 요구에 같은 날 한목소리로 선을 그은 것이다.
홍 부총리는 1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재정을 운용할 때 모든 사람한테 (재난지원금을) 준다는 건 합당한 요인이 있어야 한다"며 "기초생계급여를 요건에 맞는 사람한테만 주듯, 재난지원금 역시 꼭 필요한 사람한테 주는 게 더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줘야 한다는 여당의 요구에 대해 기존 반대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정치권의 합의가 있더라도 수용하기 힘들다는 강경한 뜻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일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김부겸 총리 발언 등을 보면 (정부가) 전 국민 지원을 받아들일 수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하자 홍 부총리는 고개를 내저으며 "정부는 (소득 하위) 80% 입장을 이미 국회에 제출했다"고 잘라 말했다.
전날 김 총리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출석해 "여야가 합의하면 정부안을 재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한 발언에 재차 선을 그은 것이다.
정 의원이 이어 "국회에서 (전 국민 지원으로) 결정되면 따르시겠죠"라고 묻자 홍 부총리는 역시 고개를 저으며 "그럴 것 같진 않다"고 맞받기도 했다.
이날 함께 국회에 출석한 이 총재도 정부의 '선별 지원' 주장에 힘을 실었다. 이 총재는 "지난 1년 반 동안 코로나 피해를 본 계층과 함께 전혀 피해가 없거나 오히려 더 큰 부를 쌓은 계층이 병존하고 있다"며 "코로나가 장기화될 경우 재원이 얼마나 소요될지 가늠하기 어려운 만큼, 재정의 효율성 측면에서 피해 본 계층을 중심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전날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직후 간담회에서도 "재정이 한정돼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며 같은 입장을 밝힌 바 있다.
한편 이 총재는 올해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 총재는 "경제 주체들의 과도한 레버리지와 수익 추구 행위가 계속되면 언젠가는 (자산가격이) 조정을 거치고 경제 타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나치게 낮은 금리가 계속될 것이란 기대가 형성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이어 "다만 기준금리 인상 시점은 늦어서도 안 되지만 너무 서둘러서도 곤란하다"며 "코로나 상황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