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던 조항을 삭제한 개정 세무사법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판단이 나왔다. 변호사와 세무사가 업무범위를 두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헌재가 세무업계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2018년 이후 자격을 얻은 변호사들은 따로 자격시험을 통과하지 않는 이상 지금처럼 세무사로서 일을 할 수 없게 됐다.
헌재는 15일 변호사 A씨 등이 “개정된 세무사법 제3조는 직업선택 자유와 평등권 등을 침해한다”며 청구한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5명(합헌) 대 4명(반대) 의견으로 기각 결정을 내렸다. A씨 등은 2018년부터 개정 시행된 세무사법에 따라 변호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세무사 자격을 갖지 못한 변호사들이다.
현재 세무사법 3조는 ‘세무사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에 한하여 세무사 자격을 주도록 돼있다. 1961년 처음 세무사법이 제정된 이후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에게 자동으로 세무사 자격을 부여해오다가 2018년부터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세무사 자격 자동 부여 항목이 없어졌다. 이에 따라 부칙을 통해 종전 법에 따라 세무사 자격을 부여 받았던 변호사들을 빼고, 2018년 이후 자격을 얻은 변호사들은 세무사 자격을 얻기 위해 세무사 시험을 따로 통과해야만 했다.
이날 기각 의견을 낸 5명의 재판관은 “세무사 자격 자동부여 폐지는 변호사에 대한 특혜 시비를 없애기 위해 마련된 것”이라며 “변호사가 세무·회계 등 법률사무를 처리할 수 있다고 해서 반드시 세무사 자격이 부여돼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변호사에 세무사 자격을 부여할지 여부는 국가가 입법 정책적으로 결정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반면 이선애 재판관을 포함한 재판관 4명은 “세무대리 업무 중 ‘장부작성업무’와 ‘성실신고확인업무’를 뺀 나머지는 원래부터 변호사에게 전문성이 인정돼 온 업무”라며 “해당 개정안은 세무사 자격시험 합격자가 세무서비스 시장에서 가지는 지배력을 강화하는 것으로 정당한 입법목적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대한변호사협회는 이날 선고 후 보도자료를 통해 “경력 4년 이하 청년 변호사들의 세무사 자격만 일괄하여 박탈하는 건 헌법이 금지하는 자의적 차별에 해당한다”고 강조했다. 변협은 “헌법재판관 중 다수가 해당 조항이 위헌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건 유의미하고, 변협은 위헌적 세무사법이 폐기될 때까지 계속해서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