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번째 수요시위… 이옥선 할머니 "일본 사죄까지 계속해야"

입력
2021.07.14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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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1월 8일 시작으로 29년째 지속
각국 시민 1500여 명 공동주관으로 기념
현장에선 방역지침 따라 1인 시위로 진행

"햇수로는 30년, 숫자로는 1,500회입니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참여해주신 여러분 감사합니다."(이용수 할머니)

매주 수요일 정오 서울 종로구 옛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리는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14일 1,500회차를 맞았다. 수요시위는 1992년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에 앞서 그해 1월 8일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등이 일본대사관 앞에 모여 시위한 것이 시작이다.

이날 수요시위는 특별히 세계 각국 시민 1,500여 명의 공동 주관으로 열렸다. 다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방역 지침에 따라 현장에선 1인 시위 형태로 집회가 진행됐다. 소녀상 옆에서 한 명씩 나와 발언하는 방식이었다. 일반 참가자들은 유튜브 생중계를 통해 시위를 지켜봤다.

이나영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은 "수요시위는 명실상부한 공감의 장, 소통의 장, 연대의 장, 평화의 장, 미래 세대 교육의 장이 됐다"며 지난 29년을 회고했다. "생존 피해자들이 다른 피해자들을 만나고, 할머니들과 청소년들이 만나 일본을 향해 전쟁범죄 인정, 진상 규명, 공식 사죄, 책임자 처벌, 법적 배상 등을 한결같이 요구해왔다"는 것이다. 그는 "일본 정부는 진정한 사죄와 반성 대신 역사를 지우고 돈을 내밀어 피해자들을 모욕했다"며 "1,500번 같은 외침이 반복돼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김상희 국회부의장은 영상을 통해 "이 운동은 전 세계의 여성·평화·안보를 위한 국가행동계획 수립과 이행을 촉구한 유엔 안보리 1325호 결의안 추진의 원동력이 됐다"며 "일본군 성노예 문제 해결을 위해 앞으로도 변함없이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위안부 피해자 이옥선 할머니와 이용수 할머니도 영상 메시지를 보냈다. 이용수 할머니는 "1,500회라는 게 말이 쉽지 여러분이 먼 데서 오셔서 더우나 추우나 참여해 주셔서 고마운 마음이 말도 못하게 컸다"며 "일본은 아직까지 망언만 하고 있는데, 세월이 얼마나 기다려줄지 모르겠지만 그때까지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옥선 할머니는 "일본이 사죄하면 수요시위도 필요 없다"며 "사죄하기 전까진 수요시위를 계속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날 시위 현장은 보수단체와 보수 유튜버 등이 주변에 모여들어 정의연 관계자들과 고성을 주고받는 등 긴장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보수단체 자유연대는 정의연 해체를 주장하는 1인 시위를 벌였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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